BJ들의 반란

[이종화의 디지털 세상 보기] BJ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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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Broadcasting􀀃Jockey) 들의반란
 

  방송이란 방송사업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법이 허용하는 콘텐츠를 내보내고, 수신자가 표준화된 수신장치를 통해 그 콘텐츠를 접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은 그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서비스 영역으로 규정되어 왔다. 또한 제한된 방송시간 내에서 약속되어진 또는 책임성있는 편성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특정 다수를 위한 풀텍스트(full-text 또는 풀타임) 방송을 실시하기란 쉽지 않으며, 생방송형태의 풀텍스트방송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발전된 IT기술과 동영상촬영 기능을 가진 디지털카메라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그런 어려움이 해소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촛불시위를 다룬 많은 BJ(Broadcasting Jockey)들의 현장 중계방송은 기존 방송의 틀을 탈피한‘여과없는 풀텍스트 생방송’이라 할 수 있다.

  한 달을 넘겨 계속되는 촛불행렬 속을 비집고 달리며 때로 잠입하는 BJ의 현장 중계를 보고 듣자면 방송기술인의 한사람으로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낀다. 총탄소리가 생생한 CNN의 걸프전 생방송 장면이나 패트리어트미사일이 검은 하늘을 수놓던 게임같은 장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현장이 십 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의 상황이니 느낌이 더 실제적이라 할 수도 있는데다가, 그런 실시간 중계하는 스탭이 번듯한 방송사 직원이 아닌 시민이란 점도 다소 충격적이다. 1톤 트럭 화물칸에 무선통신이 되는 노트북과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동하면서 현장중계하는 장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인터뷰하거나 군중 속에 같이 몰려다니며 중계하는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면서 그들의 반란을 목격한 것이다. 제작자라는 필터를 통해 여과되고 편성을 통해 한정되어버리는 기존 방송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이 그들의 반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또한 그들 스스로 새로운 미디어의 점령군이 되어 가는 것을 볼때, 방송의 본질과 미디어의 발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방송이 방송사업자의 고유 영역으로부터 개인 미디어의 일반 영역으로 쉽게 확장되어 가면서, 매체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방송언론학자들의 새로운 몫이겠으나, 많은 논란을 거쳐 앞으로 개인 미디어를 다루게 되는 법체계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 예측해 본다.

  물론 그러한 개인 미디어는 Wibro나 WiFi와 같은 무선전송기술, afreeca.com과 같은 UCC 사이트가 제공하는 실시간 동영상 서버, 충분한 대역폭의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확보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그런 다양한 조합이 나름대로의 방송 인프라를 형성하면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 매우 다양한 형태의 방송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afreeca.com은 몇 해 전 연고전(또는 고연전) 중계를 대학방송국과 연계하여 인터넷 생방송 형태로 실시한 바 있으며,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촛불시위 현장 생중계 방송에 중추적 역할까지 맡으면서 가장 주 목 받 는 UCC 사 이 트 가 되 었 다 .
afreeca.com 측의 발표에 따르면,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난 6월 10일까지 누적 방송 수가 무려 7222개, 누적 시청자 수는 775만 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인터넷 접속 통계 수치를 보고 분석해본다.

  코리안클릭사의 접속통계에 따르면 그림에서와 같이 afreeca.com의 방문자수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여 UCC 1위인 판도라TV에 근접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사이트의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평균방문빈도와 평균체류시간 모두 지상파방송사의 인터넷사이트는 물론 인기 UCC 사이트보다 월등이 높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이한 곡선을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인데, 단순한 영상구성과 때로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 풀텍스트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을 보여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영상제작 및 전송체계가 조잡해보이고 영상구성 및 화질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 콘텐츠가 시기적으로 네티즌의 요구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또한 하단 자막을
통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내주면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촛불시위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상파방송사가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콘텐츠 소비자의 속성과 욕구를 여러 사회적 상황과 연결시켜 잘 파악한다면, 그에 맞춘 풀텍스트 방송에 소통 가능한 양방향 서비스까지 곁들여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며,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IPTV 시대에 충분히 가치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기반 위에 탄생한 세계 초유의 이런 방송 형태는 방송통신 융합의 결실임에 틀림없으며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그렇지만 BJ들의 ‘여과없는 생방송’이 기존 방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며 인터넷 공간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방송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새로이 탄생한‘IPTV 특별법’중의‘IPTV 방송’범주로 다루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의 대상이 될 것인지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중에 afreeca.com을 운영하는 나우콤의 대표이사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네티즌들이 afreeca.com에 올린 수많은 불법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을 위해서 비스하려다 무책임한 네티즌들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사라질까 우려된다.


이 종 화
KBS􀀃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