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3, 4번을 이제 그만 풀어주오

[이종화 칼럼] Ch 3, 4번을 이제 그만 풀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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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이 아무리 광대역화 되더라도 병목현상은 피할 수 없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병목현상을 낮추고자 한다면 망중립성 유지가 매우 어렵게 된다. 즉, 투자 대비 수익 측면에서 망중립성 유지는 통신사업자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것이다.

  지난 회 칼럼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특히 무선망은 트래픽 폭증 전망과 망 특성을 감안할 때, 유선망보다도 망중립성 유지에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유선망에서는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광케이블을 좀더 깔아 병목현상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무선망에서는 더 많은 주파수를 할당받아야 하는데 갈수록 주파수 고갈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상파방송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에 더욱 열악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테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A-to-D 전환’하면서 상당기간 동시방송을 하고 있듯이,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여 지금의 디지털표준에서 또 새로운 디지털표준으로 이른바 ‘D-to-D 전환’ 과정에서도 방송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동시방송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환과정을 거치기 위해 어느 정도 주파수 여유를 갖고 있지 않으면 방송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만약 부주의하게 또는 당장의 필요에만 급급하여 방송주파수 스펙트럼을 다른 용도로 전용해버리거나 잘못 할당해 놓는다면 후일 크나큰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디지털 전환을 위한 DtoA 컨버터의 조달규격안의 ‘. 인터페이스 기능 관련 6항’에서 "3 또는 4 NTSC RF 출력을 위한 75  F Type 커넥터 포함(채널 선택 가능)"을 보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규격은 디지털컨버터 출력을 아날로그TV에 연결해주기 위한 RF 인터페이스용으로 VHF 3번과 4번을 여전히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점차 소멸되어가고 있는 VHF 3번과 4번의 용도를 DtoA 컨버터가 다시 살려주는 셈인데, 기술 발전과 주파수의 가치를 생각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고 아쉽다. 물론 VHF 3, 4번을 DTV 예비용으로 할당하겠다고 하지만, 디지털컨버터에 그 채널을 쓰게 되는 동안 발생될 혼신 문제를 안고 갈 필요는 없다.

  그간 아날로그 영상 기기, 이를테면 TV나 비디오카메라, VCR 사이에 외부입력단자가 없을 경우  A/V 신호를 쉽게 연결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VHF 3 또는 4번을 사용해왔다. 즉, 콤포지트 영상신호를 Ch 3 또는 4번으로 변조해 출력한 것을 다른 기기에서 받아 그 채널에 맞춰 튜닝하여 영상을 재생 또는 녹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VHF 3, 4번이 그런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은 북미지역에서 UHF 주파수가 할당되기 전의 일이다.  그 두 채널을 제외하고 taboo 채널을 두더라도 low VHF대와 high VHF대를 합해 5개~6개 방송채널이 가능한데다, 이후 할당될 UHF 채널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VHF 3, 4번을 그 용도대로 유지해온 것이다. 북미지역은 VHF 3, 4 번을 쓰고 있지만, 같은 NTSC권의 일본에서는 VHF 1, 2번을 쓰고 있고, 유럽과 남아공 및 홍콩은 UHF 30~39번을 쓰고 있다.

  지금 와서 볼 때 상대적으로 채널수가 적은 VHF대에 할당하지 않고 UHF대에 그런 용도의 채널을 할당한 것이 훨씬 유리한데, 호주처럼 소비자 편의를 더욱 감안하여 구형 TV수신기를 위해 VHF 3, 4번과 UHF 채널할당 이후에 출하된 TV를 위해 UHF 30~36번을 할당해 놓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TV에 콤포지트 외부입력단자가 일반화되고, 더 고급제품인 경우 S-입력 단자나 콤포넌트 입력단자가 있어 화질을 더 좋게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Ch 3, 4번의 용도는 현격히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디지털컨버터가 디지털TV를 제때 장만하지 못하는 가구에 보급될 것임을 감안할 때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HDTV가 일반화되면서 A/V 인터페이스 규격으로 HDMI가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디지털수신기가 빠르게 보급될 것임을 감안할 때, 콤포지트 외부입력단자를 최하위 인터페이스 규격으로 하면서 Ch 3, 4번의 RF 인터페이스 규격은 이제 버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VHF 3, 4번의 새로운 용도를 개발하고 발굴하여 시대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며, 필자의 사견으로는 모바일 TV용 채널로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DTV 예비용이라는 선언적 용도와 함께 디지털전환 컨버터에도 그 채널 사용을 명시해놓아 혼돈을 야기하지 말고 확실한 용도를 일찍 정해놓는다면, 관련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을 유도함으로써 지상파DMB 탄생 이후 또 다른 모바일TV 서비스를 주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제 모바일TV 방송도 차량용과 핸드폰용의 두 가지 표준으로 특화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처럼 화면이 작고 전력소모가 우려되는 시청환경을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과 전력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규격을 적용하고, 상대적으로 큰 화면과 전력소모 우려가 적은 차량용을 위해서 또는 고화질을 선호하는 모바일TV 시청자를 위한 고화질DMB 기술규격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현재의 DMB 규격은 현재 할당된 채널에 한정하고 새로운 규격을 적용할 새로운 채널을 적절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물론 두 가지 표준을 다 수용할 수 있는 통합형 수신기도 등장할 것이며, 두 모바일TV의 시청환경이 일치될 수 없기 때문에 이원화된 표준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 관점에서 찾아보자면, 상대적으로 파장이 길어 음영지역이 줄어들 수 있고 안테나 문제도 차량 내에서 해결 가능하므로 VHF 3, 4번의 유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낮은 주파수는 상대적으로 잡음에 약한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VHF 채널만 있던 시대에 할당해 놓은 VHF 3, 4번이 디지털전환을 계기로 새로운 채널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엄청난 주파수 가치를 땅에 묻거나 어설프게 묶어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