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잔혹사’

[이슈] 창조경제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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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창조경제’가 때아닌 구설수에 올랐다.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두고 청와대는 개념정리를 못해 버벅대고 주관 정부 조직의 장관 후보자는 영문을 몰라 진땀을 흘린다. 지켜보는 여당만 속이 터지는 분위기다.

3월 30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창조경제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향해 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버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황은 이렇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창조경제의 정확한 개념을 요구하며 “내가 창조경제 담당 국회 위원장인데, 나도 창조경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하자 유 수석이 설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유 수석은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말만 되풀이 했고, 이에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대신 나서 설명에 동참했으나 모호하고 복잡한 설명에 의원들은 모두 고개만 저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유 수석의 ‘굴욕’은 이것으로 전부가 아니었다.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유 수석에게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너무 학구적인 설명이니, 쉽게 말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인가?”라고 묻자 유 수석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으로…”라고 말꼬리를 흘리자 결국 한 의원이 “됐습니다. 그만하세요”라고 손사래를 친 것. 여당이 청와대의 정책 추진을 두고 공개적인 회의에서 반발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분위기는 4월 1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되풀이 되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청문회에 참석한 최 후보자에게 “창조경제가 무엇이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선도형 경제다”라는 짧은 답변을 했고, 곧바로 전 의원은 “그런 답은 참으로 공허하다. 달리기에서 1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1등으로 뛰면 된다고 하는 답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같은당 노웅래 의원은 최 후보자에게 “창조경제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당연히 새로운 정부의 국정 철학을 꿰뚤어 볼 수 있는 ‘슬로건’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이 핵심 포인트를 ‘창조경제’로 축약시켜 국민들앞에 내놓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단어에 녹아든 자세한 개념정리에 실패하면서 도리어 이러한 ‘무지’가 자신들의 정책적 발목을 잡아 버리는 희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단어에는 ‘국가 주도의 상명하복식 정책 결정’이 숨어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며, 이러한 모호한 개념 정리는 곧 창조경제라는 미명하에 막무가내로 규제를 완화하고 자본의 공적영역 침범을 도외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