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규제완화, 방송도 참고해야

[수첩] 세월호 참사와 규제완화, 방송도 참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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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참혹하고 끔찍한 일입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무섭고 답답한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재를 위해 만난 기자들의 마음도 몽땅 세월호 참사 현장에 있더군요. 3기 방통위 파행에 대한 정보를 교환해도, UHD 발전 로드맵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도 모두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요.

4월 18일, 과학-IT 기자들로 구성된 공동취재풀단 회합이 잡혔습니다. 일반적으로 9시나 10시에 열리는 회합이지만, 18일에는 7시에 열렸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언론사들이 대부분 전시체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빠르게 모여 17일 있었던 통신학회 토론회 자료를 공유하는 선에서 회합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기자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다 규제완화가 가져온 재앙이야”

듣는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구조된 세월호 선장을 두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비교하는 사람은 봤지만(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이게 또 규제완화와 연결되다니.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과 통합 방송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규제완화를 지겹게 들었던 저는 당장 이유를 물었습니다.

기자는 간단히 말하더군요. 지금까지 해운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세월호는 오래된 일본 여객선을 아무런 제지없이 들여와 무리하게 수직 증축했고, 그러한 부분이 승무원들의 모럴 해저드와 맞물려 무시무시한 참사를 일으킨 것이라고. 이게 다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여객선의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요.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규제완화에 대한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비용을 잘 따져야 하며, 상황에 맞는 대처가 제각각이라고 봅니다. 손톱 및 규제는 제거하고, 지나친 남용은 억제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침이죠.

그러나 국민의 안전이나 기타 공공의 영역에서는, 그래도 규제완화보다는 더 엄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미디어 전문 기자로써 첫 번째 든 생각은, ‘현 정부가 유료방송 규제완화를 통해 방송 산업의 부흥을 주장하는 것이 사실은 참 위험하구나’ 였습니다. 왜냐고요? 현재 정부는 유료방송 규제완화를 통해 미디어 시장을 자본주의의 정글로 만들려 합니다. 물론 대의명분은 경제 활성화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공의 영역을 담당하는 공적 미디어 플랫폼은 말살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세월호 참사와 유료방송 규제완화는 같은 교훈을 시사합니다. 경제적 가치(세월호 참사-여객선 수익/방송시장-유료방송 부흥)에만 집중해 중요한 공적책무(세월호 참사-승객의 안전/방송시장-공적 미디어 보장)를 무시한다면 향후 엄청난 재앙(세월호 참사-엄청난 사상자/방송시장-방송의 사영화)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요.

글쎄요. 비약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전과 여론(방송)은 국가의 책무이자 기본 인프라입니다. 소중히 지켜져야 하는 가치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복귀했습니다. 그 사이에도 숱한 오보와 루머가 나돌고 언론의 경마장식 보도행태도 정신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오후쯤 되자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보도자료가 나왔더군요.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선령제한 규제완화에서 시작됐다’

정말 섬뜩한 하루였습니다.

(‘수첩’은 취재 과정에서 겪었던 인상적인 사건을 편안한 형식으로 서술해 사안에 대한 이해와 배경을 더욱 쉽게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