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는 국민의 것이다.

[사설]700MHz 주파수는 국민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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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은 사람’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 초나라때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칼을 물속에 빠트렸는데, 그는 칼을 찾으려고 물에 뛰어들기 보다는 칼을 빠트린 뱃전에 표시를 해두곤 배가 언덕에 닿아서야 표시해둔 뱃전 밑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칼이 그 자리에 있을 리 만무하다.

이 이야기는 중국 여씨춘추에서 전하는 이야기인데, 대부분 융통성 없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난할 때 이 각주구검의 예를 들어 핀잔을 주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에는 또 다른 교훈이 숨어있다. 바로 ‘구시대의 방법을 우직하게 쓰는 사람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이다. 아무리 배에서 내려 칼을 찾아봐도 칼은 없다. 시간은 이미 흘렀으며, 육지에 도착한 이상 다른 방법으로 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 중 40MHz를 통신에?

정부는 2004년 DTV 전송방식을 결정함에 있어 주파수 효율이 높은 유럽방식 대신에 전 세계에서 극히 일부만 활용하는 미국방식을 선택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그토록 강조하며 통신기술의 ‘갈라파고스’를 걱정하던 정부가 당시 DTV 전송방식 결정에서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는지에 대한 토론은 나중으로 미루자.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다.

최근 방통위는 최근 한국방송협회, 전국언론노조, 시민단체 등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자, 결국,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중 40MHz를 떼내어 2012년 통신사에 할당하고, 나머지 68MHz를 DTV 전환이후 할당할 것이라는 ‘협상카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2004년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격이다. 당시 가전제품 회사의 입김에 휘둘려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정부가, 2011년 통신사의 입김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격이다. 각주구검의 주인공처럼 방통위는 과거 자신이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실수’를 하려한다.

 

주파수는 공공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해야하며 이는 ‘난시청 해소’라는 ‘만고불변의 논리’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통위는 통신사에 국민의 재산인 해당 주파수를 일부 떼어내어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힘쓰지 말고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전부를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해소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할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통신사들에게 이른바 주파수라는 ‘뒷 돈’을 챙겨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소중한 국민의 재산을 원칙없이 처분하려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오해한 것이라 믿고 싶다.

 

지혜로운 왕 솔로몬은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신의 자식이라 우기는 두 여인에게 그 아기를 반으로 잘라 그 시신을 각자에게 주라고 했고, 이에 진짜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국민을 위한 난시청 해소를 위해 해당 주파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즉, 필수대역인 것이다. 따라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진짜 어머니’격이다. 이에 반해 통신사는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가짜 어머니’ 가 된다. 따라서 방통위는 종편채널에 골고루 출자한 통신사의 탐욕을 위해 주파수라는 뒷돈을 챙겨 주어선 안 된다. 이와 같은 공정성 잃은 행동은 분명히 가까운 미래에 응분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통위는 스스로 자중하고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2013년 DTV전환 이후로 연기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