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유보’해야

[사설]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유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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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할당, 자욱한 안개에 묻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FTA가 국회에서 처리되던 22일. 본회의장을 자욱하게 채운 최루탄 연기만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시계(視界)는 그 시각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전파방송사업 진흥구간’을 열며 동시에 강행 진행한 ‘700MHz 이용정책 및 모바일 광개토 플랜 토론회’가 그 무대였는데, 다행히 최루탄은 터지지는 않았지만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상황 만큼이나 암담하고 답답한 풍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자.
팩트(fact)는 이렇다. 방통위는 이 토론회를 마지막 명분으로 해당 주파수를 통신진영에 은근슬쩍 넘겨주려는 의혹을 받아왔었고, 이에 방송진영에서는 크게 반발해 토론회 불참의사를 천명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반쪽짜리 토론회를 통신진영 측 패널들로 채워 그대로 진행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700MHz 주파수 통신할당 주장도 어색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통신진영 패널들은 해당 주파수 할당을 주장하며 ‘아전인수’격의 주장도 여과없이 내놓았다. 첫째, 해외의 경우 700MHz 주파수를 통신에 주로 할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럽은 4G통신을 위해 800MHz 대역에 65MHz를, 일본은 700MHz 대역에 35MHz, 900MHz 대역에 30MHz를 분할했다. 그 어느 나라도 해당 주파수 전체를 통신에 할당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무선 데이터 트래픽 해소를 위해 700MHz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해외의 경우 개인별 데이터 사용량을 법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통신업체의 경우 그런 노력은 전혀없다. 그저 주파수만 더 달라고 아우성칠 뿐이다. 이러다 군사 용도의 주파수까지 달라고 할 기세다. 그리고 셋째,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 이후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에 활용되는 대역이 228MHz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많은 지형적 특성에 더하여 미국식 전송방식(ATSC)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발생하는 주파수 부족사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 시작이다. 시간이 없다
토론회가 열리고 난 직후, 친 통신사 언론에서는 연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집회를 폄훼하고 그 의미를 축소시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쏟아내는 기사를 통해 이번 ‘말 뿐인’ 토론회를 통해 700MHz 주파수가 통신쪽에 거의 할당되는 추세라며 소위 말하는 ‘여론 몰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각. 종편 개국을 위해 온갖 특혜를 베풀고 친절하게 채널까지 배정해 주려 하는 방통위는 이제 돈 많은 통신사들을 위해 또 하나의 특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주파수 할당 논의는 지금처럼 ‘말 뿐인 토론회’가 아닌, 충분하고 공정한 의견수렴 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간에 쫒겨 700MHz 주파수 문제를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는 방송과 통신의 기술발전을 보아가며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700MHz 주파수 할당 결정을 DTV전환이 이뤄지는 2013년 이후로 유보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