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고려해야

[사설]주파수 정책을 원점에서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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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시작되었다
3월 23일, 지상파 4사 사장단이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 모여 ‘2012 지상파 방송사 시청자 서비스 강화 공동사업 추진 협약식’을 맺었다. 수신환경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위해 각 방송사가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동시에 제주도에서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송 기술인의 열정이 조금씩 그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뉴미디어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 3D 실험방송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UHDTV의 발전을 위한 각 방송사 기술본부장들의 ‘협약식’이 열리기도 했다.

지상파 기술본부장들의 ‘의견서 제출’
이런 분위기속에서 한 가지 특기할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지상파 각사 기술본부장들의 ‘주파수 의견서 제출’이다. 3월 28일 각 사 기술본부장들은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방통위에서 추진중인 지상파 주파수 정책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즉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방통위의 정책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고 무엇이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확인해달라는 ‘강력한 주장’인 셈이다.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방통위는 주파수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통신사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몰아주려는 정책을 고수하며 심지어 [WRC-12] 결과를 왜곡하면서까지 해당 주파수를 통신사에 몰아주려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서슴치않았다. 동시에 해당 주파수를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에 활용하겠다는 지상파의 의견은 모조리 무시하며 ‘지상파는 난시청 해소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가시적인 뉴미디어 발전의 로드맵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국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수신환경개선에 더욱 열의를 불태우는 한편 ‘세계최초 지상파 3D 실험방송’과 ‘UHDTV 협약식’을 통해 뉴미디어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방통위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언제까지 통신을 두둔할 것인가
한편 통신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3G 시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가입자 유치에만 열을 올리던 그들이 막상 데이터 트래픽 문제에 봉착하자 무작정 700MHz 대역 주파수를 원했던 것처럼, 이들은 현재 LTE에서 데이터 용량을 서서히 늘리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한다. 게다가 방통위는 한술 더 떠 통신사의 태업으로 거의 사장된 ‘와이브로’에 주파수 할당을 유예하며 가뜩이나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방만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린 꼴이 되어버렸다. ‘주파수 효율성’을 부르짖으며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700MHz 대역 주파수를 뺏어오던 주 논리인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다시 계획을 짜라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 이후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의 근거는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이 그 주된 논리다. 그리고 현재 지상파는 이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계속해가며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통신은 어떤가. 방만한 데이터 트래픽 관리를 3세대 이동통신을 지나 4세대 이동통신까지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방만한 주파수 관리를 통해 이미 ‘믿음’을 잃은 방통위에게 어쩌면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노력하고 있는 자’와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는 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국민의 재산인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결정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