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KOBA에서는 국산 방송장비가 외국산과의 치열한 경쟁을 보고 싶다

[사설]내년 KOBA에서는 국산 방송장비가 외국산과의 치열한 경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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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요즘 정부에서 나오는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는 「방송장비 고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번 대책은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방통융합 시대를 맞아 우리의 IT강국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차세대 방송장비시장을 선점하고 고품질 방송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국내 방송장비 시장을 현재의 수요자 중심에서 ‘수요자-공급자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상생의 시장으로 전환하고, 국산장비의 성능과 안정성이 뒤쳐진다는 일각의 인식을 개선하여 국․외산 장비에 대한 공정한 대우 환경 조성한다”고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의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욕적인 목표를 정부는 내세우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장비와는 달리 디지털 방송장비는 시스템이나 단위 기기의 제어기술만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목표이고,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계획을 추진하면서 당사자의 한축인 방송사들을 장비 국산화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면서 강제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려고 한다. 국산장비의 성능이 뒤쳐진다는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방송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송사들의 인식 부족으로 외국산 장비만 선호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번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방송사와 제조업계가 공동으로 장비를 개발하고 구매동의서를 통해 실제 구매로 연결되도록 유도’ 하고, ‘국내제조사에 대한 차별적인 구매제도 개선방안 마련’하겠다고 한다. 또 방송국 재허가시 국산장비 사용 비율에 가점을 주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섣부른 정책 추진은 방송사와 국산장비 제조업체를 또 한번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 서울올림픽과 케이블방송 사업자 선정시 수입선다변화와 국산화율 가점제 도입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했었다. 하지만 외국산 부품을 그대로 도입하여 조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성능이 외국산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가 나고 품질이 조악하여 방송사들이 대체품을 다시 구매해야하는 시련을 겪었다. 방송사들이 외국산 장비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분명 맞는 말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지난 수십년간 품질과 방송사고에 대한 엄격한 정권의 요구와 이에 길들여진 방송사와 시청자의 요구에 따른 지상파방송의 신뢰성과 안정성이다. 방송사고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장비를 구매하게끔 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그 동안 국내 장비 제조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도 지탄받아야 할 대목이다. 방송국 시설과 관련된 각종 법규와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기술 기준도 만족하지 못하고, 내구성도 취약한 장비를 개발해 놓고 방송사가 구매하지 않는다고 볼맨 소리만 해왔다. 일부 업체들은 방송사와 제휴하거나 자발적인 기술 개발 노력으로 세계적인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신호처리 기술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도 분명히 존재한다. 방송카메라와 같이 대형 렌즈와 같은 아날로그적 부품과 이미지를 전자신호로 전환하는 CCD는 장비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단편적인 디지털신호처리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산화 정책도 절반의 성공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주에 끝난 「KOBA방송장비전시회」는 올해로 19회째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외국산 방송장비들을 전시회에서 비교해본 국산장비 개발자들은 지금까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짚어봐야한다.

 

방송사고에 대한 인식 또한 문제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모든 사고를 인위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시간과 장비 증상에 맞춰 사전 정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처음 구매하는 외국산 장비도 장시간에 걸쳐 성능을 테스트한다. 방송현장에서 여러 상황에 노출시켜 장비를 운용한 한 후 품질기준에 적합하면 구매대상 후보로 결정한다. 방송사들은 제대로 된 국산장비가 개발된다면 언제든지 구매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A/S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방송사의 요구조건들을 언제든지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봄에 열리는 KOBA2010에서는 외국산 장비와 훨씬 더 많은 고품질의 국산장비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