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첫 번째, 250억 원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하다’는 지적은 지상파 재송신 분야에서 지상파-유료방송이 대가를 산정하는 상황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콘텐츠 사용료와 비슷하다. 그러나 콘텐츠를 사용했으면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의 지적 재산권이 명령한다.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50억 원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에 집중해 보자. 과연 250억 원이 불공정 거래의 결과물일까? 물론 일각의 지적대로 250억 원의 금액은 상당히 큰 금액이다. 하지만 협상에 임한 IPTV 사업자들이 지상파의 압력에 굴복해 이 금액을 받아들였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명확한 증거는 ‘IPTV도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IPTV 사업자들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 방송 사업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정국을 맞이해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UHD에 매달리며 8VSB 허용을 아우르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사이 IPTV는 막강한 영업력과 모회사인 통신사의 ‘망’을 활용한 저인망 방식으로 유료방송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이러한 뺏고 빼앗기기 전략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IPTV의 성장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IPTV 사업자들은 모바일로 고개를 돌렸다. 이들은 모바일 IPTV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정국에서 IPTV 사업자들은 ‘주파수 낭비’라는 지상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바일 IPTV 사업을 크게 키워 나간다. 그들 입장에서 모바일 IP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주파수 이용에 대한 모바일 데이터 요금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사 분기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45.1%가 동영상 시청으로 드러났다. 전체 1,150.9테라바이트(TB) 중 519.3TB가 다시보기(VOD)나 실시간 스트리밍 형태의 영상 콘텐츠인 동영상의 트래픽인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IPTV 입장에서 250억 원을 베팅할 이유는 충분했다는 뜻이다. 이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유료방송 시장의 새로운 성장을 모바일 IPTV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 논란에서 지상파가 통신사의 주파수 낭비를 지적하며 무제한 요금제, 모바일 IPTV의 남발이라는 문제를 제기해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IPTV 입장에서는 250억 원의 가치가 있는 ‘제휴’다. 국내 모바일 IPTV 이용자만 2014년 1월 기준으로 1,920만 명에 달한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계약은 IPTV 사업자들이 먼저 제안했다. 또 250억 원이 정말 그들의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강동원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출한 ‘국내 유무선 통신업체 마케팅 비용지출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KT가 690억 원, SKT 1,101억 원, LG유플러스는 2013년 상반기에만 1,228억을 지출했다고 한다. 3사 합치면 광고에만 3,527억 원을 쓴 것이다. 모바일 IPTV에 막강한 지상파 콘텐츠를 삽입하는데 들어간 250억 원이 초라해지지 않는가?
두 번째, 이번 pooq의 모바일 IPTV 입점을 두고 지상파가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를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과연 사실일까? 이는 명백한 오해로 보인다. 우선 pooq은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최근 3개월 기준 스마트폰을 통해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만 19~44세 성인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N-스크린 서비스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6명(56.8%)이 향후 스마트폰을 활용한 N-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N-스크린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티빙(33.8%, 중복응답), pooq(30.6), 호핀(23.5%), 올레TV Now(13.7%), U+HD TV(12.7%), Btv모바일(8.5%) 등으로 집계됐다. CJ의 티빙이 오랫동안 N-스크린 강자를 지키던 전통의 강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생 매체인 pooq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심지어 이용 만족도는 pooq(61.1%), Btv모바일(57.1%), U+HD TV(54.4%), 호핀(48.1%), 티빙(47.4%), 올레TV Now(44.4%) 순이었다. 물론 한 차례의 설문조사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지만 pooq은 최근 흑자로 돌아서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pooq은 N-스크린 영역에서 일정 정도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PTV 사업자의 계약에 있어 뒷말이 무성해지자 당혹해하는 기색이다. 이에 이상술 이사는 “서로가 원하는 윈윈을 위해 모든 계약을 완료한 상태에서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이상하다. 뭔가 지상파와 통신사를 의도적으로 다투게 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상파는 N-스크린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 영역에서 플랫폼 적 지위를 포기한 적도 없다. 직접수신율 제고를 위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UHDTV 활성화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지난해 케이블 UHD 콘텐츠 사업자인 홈초이스와의 제휴를 MBC가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를 포기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이상하게만 꼬여간다.
종합하자면, 250억 원에 달하는 지상파-IPTV 사업자의 계약에 대한 뒷 말은 전적으로 여론전이며,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기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IPTV 사업자가 250억 원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는 결국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기자들의 여론전일 확률이 높다. 비록,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