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미국 지상파 방송사와 에어리오의 싸움에서 결국 지상파가 승리했다. 정당한 CPS 납부를 거부했던 에어리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패소 판결에 따라 코너에 몰렸고, 지상파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지켜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을 계기로 촉발된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CPS 힘겨루기는 모바일 IPTV 블랙아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그러나 파급은 미비한 ‘전선’으로 확장된 상태기 때문이다. 여기에 협회를 중심으로 뭉친 케이블과 입장을 달리하며 ‘간’을 보는 IPTV가 똘똘 뭉치면서 지상파를 겨냥한 언론 플레이도 상당한 편이다.
일단 미국의 사정을 예의주시하던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희비는 극명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지상파 콘텐츠의 법적인 직위 인정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물론 반대급부로 유료방송은 악재를 만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다. 자유로운 계약을 전제로 하는 CPS 계약에 있어 이미 공문을 발송하며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을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TV 블랙아웃은 이해 관계자 모두가 바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CPS 계약에 있어 최대한 ‘정중동 모드’를 구사하며 이해 관계자의 불만을 종식시키는 것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수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는 최근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분쟁 관련 정부의 입장’이라는 공문을 통해 지상파 콘텐츠의 유료방송 제공에 방송의 공공성이 있다는 믿음을 간적접으로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20%인 상황에서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 콘텐츠 시청이 중요하다는 점은 공익성을 담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계약조건과 금액적 불합리함을 모두 무시하고 유료방송의 이익을 위해 지상파 콘텐츠를 ‘당연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는 CPS 계약논란을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와 유료방송 가입자(시청자-국민)의 대결로 끌고 가려는 대다수 언론의 여론전과 결을 함께한다.
바로 이러한 ‘의지’가 자유로운 계약을 전제로 하는 CPS 계약에 있어 정부의 난입에 대한 일차적인 부담을 덜어준다면, 어쩌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에어리오 패소 판결은 의미없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통합 방송법을 통해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는 유료방송의 입지를 넓히고, 콘텐츠 제공을 통해 유료방송 UHD 생태계를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정부다. 여기에 최근 일각에서 SBS를 포함한 민영방송사의 소유 및 지배구조까지 완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판국이다. 유료방송과 CPS 계약에 있어 중점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SBS가 교묘한 편 가르기 프레임에 빠진다면, 어쩌면 ‘DCS-케이블 규제완화-동일규제 동일서비스’의 이면합의 의혹처럼 지상파 콘텐츠 저작권 ‘전선’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딜’을 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