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의 시대, 주파수=돈?

[분석] 민영화의 시대, 주파수=돈?

458

현재 대한민국은 민영화 담론이 거세다. 의료 및 철도 등 민감한 공공 인프라에 대한 민영화 광풍이 몰아치며 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돌입하고 사측은 보복성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는 ‘민영화는 절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장 철도만 봐도 구체적인 민영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특히 철도 민영화 논쟁에서 정부가 KTX를 제외한 노선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코레일의 빚이 12조에 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부분에 대해, 적자노선을 따로 팔겠다고 하면 이해가 되겠지만 노른자인 노선을 외부에 두고 이익을 내서 적자를 줄이겠다고 하는 주장은 역설적으로 철도 민영화의 정지작업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상황에서 철도 및 의료 분야만큼이나 실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는 방송의 분야도 민영화를 넘어 사영화의 광풍이 불고 있다. 당초 정부 조직 개편 당시부터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의 경계를 갈라 미래창조과학부를 탄생시킨 현 정부는, 방송을 수익모델로 삼아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혈안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발표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공공의 영역인 지상파 플랫폼을 말살시키는 한편, 종합편성채널 및 케이블 MSO 특혜인 8VSB 허용을 허락하고 수평규제의 틀 안에서 유료방송 규제완화를 전격적으로 풀어버린 대목은 정부의 정책이 대한민국 미디어의 민영화, 사영화를 추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종합계획이 공개되기 직전 미래부 산하 TTA에서 지상파 UHD 표준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실상 강등시켜 기술보고서로 채택한 것도 논란이다. 이는 정부가 종합계획을 통해 지상파 UHD 가능성을 열어두는 액션을 취하며 지상파의 반발을 잠재우는 한편, 뒤로는 TTA를 통해 지상파 UHD 표준을 거부함으로써 표준화 모델 추이에 따라 UHD 매체별 로드맵을 추진하겠다는 종합계획에 지상파를 배제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민영화를 위한 교활함까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래부가 발표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은 더욱 노골적이다. 2023년까지 통신용 주파수로 약 1.3GHz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방송용 필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 할당을 전제로 할뿐더러, 보편적 UHD 환경을 부정하고 방송의 미래를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맡겨버리는 치명적인 패착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700MHz 무선마이크 대역을 둘러싼 논란과 통신용 주파수 재활용을 둘러싼 반발은 미래부의 그릇된 주파수 정책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또 공동 연구반을 통한 해당 주파수의 할당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랜의 적법성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파진흥계획 기본계획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록 기본계획이 공개될 당시 공청회 분위기는 방송의 공공적 활용을 주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엿보이긴 했지만, 기본계획에 지상파 방송 주파수에 대한 전파 사용료 부과 가능성과 지상파 UHDTV 배제, 통신사의 이익에 매몰된 주파수 활용정책 등이 포함된 것은 심각한 일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 주파수에 대한 전파 사용료 부과 가능성은 방송의 공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상파가 납부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가 보편적 플랫폼 활용을 위해 사용하는 주파수에 전파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은 지상파가 공짜 주파수를 쓰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만큼, 이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개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공의 인프라는 수익모델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명목으로 반드시 필요한 공공의 인프라를 민영화, 사영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철도와 의료를 넘어 이제 방송까지 그 마수가 덮쳐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방송장악으로 해석된다.

물론 지상파가 보도 및 콘텐츠적 분야에서 공공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정부 편향적 뉴스일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며, 반드시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플랫폼은 이야기가 다르다. 지상파 뉴스가 밉다고 플랫폼마저 포기해 버린다면 대한민국은 당장 방송의 사영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수돗물이 탁하다고 무료로 운용되는 전국의 수도관을 모조리 잘라버린 후 영리로 움직이는 민간기업에 수도공사를 모두 맡기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문제 해결의 포인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차라리 전국의 수도관을 제대로 정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한편, 수돗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수원지를 관리하고 보완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창조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