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양문석 위원 사퇴와 MBC 김재철 사장

[분석] 묘한 양문석 위원 사퇴와 MBC 김재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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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MBC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약속을 순진하게 믿은 죄를 씻고자 사퇴를 결심한다”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현재의 방통위는 5명의 위원이 합의하에 운영하는 ‘합의 위원제’ 성격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으며, 양 위원과 같이 야권의 추천을 받은 김충식 부위원장도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향후 방통위의 미래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런데 양문석 위원이 사퇴를 발표한지 1달이 되어가는 현시점에서 정작 양 위원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양 위원의 사퇴 발표 이후 방통위가 양 위원을 장기휴가 처리시키면서 연가를 소진시키는 ‘시간 끌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두 소진하자 방통위는 최근에야 양 위원의 사표를 행정안전부를 거쳐 청와대에 제출했다. 하지만 청와대도 사표를 수리하지도 않고, 반려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양문석 상임위원은 형식상으로 아직 ‘현직 위원’인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여기에는 복잡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숨어있다. 우선 양 위원의 경우 청와대가 임명장을 주긴 했지만 야당에서 추천하고 국회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표를 반려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최근 사퇴한 신용섭 전 상임위원이 EBS 사장으로 지원한 것과 달리 양문석 위원은 ‘MBC 사태’라는 미디어 정치적인 이유로 사퇴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양 위원의 사퇴를 선뜻 수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또 같은 야당 추천 인사인 김충식 부위원장이 만약 양 위원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동반 사표를 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런 이유로 만약 양 위원의 사표가 수리된다면 대선 직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김재철 사장의 거취에 모아지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대선 직후 사퇴설이 파다한 가운데, 선거가 끝난 직후 김 사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있었던 MBC 창사 51주년 기념식에서 김 사장이 “1등 방송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사례가 있듯이, 김 사장 스스로가 사퇴를 결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여기에 대선 결과가 막강한 변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사표를 내고 방통위에 참석하지 않는 소신을 택한 양문석 상임위원. 그리고 그 사표를 수리하지 못해 어정쩡한 상황으로 시간만 보내는 청와대. 동시에 대선 정국을 앞두고 임기를 채우겠다고 천명한 김재철 사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2012년 미디어 정국 한켠에서는 ‘기이하고 묘한’ 미장센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