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가 돈 앞에 공공성을 버렸다고?

[미디어 비평] 지상파가 돈 앞에 공공성을 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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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화제입니다. 미디어 공공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전 국민 유료매체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발의 예정인 해당 법안은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11월 4일 자 전자신문의 기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상파,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반발…돈 앞에 버린 공공성]이라는 기사네요. 제목만 보면 지상파 방송사가 무슨 큰 사고라도 친 것 같습니다. 세상에, 무료 보편의 미디어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은 지상파 방송사가 그 ‘공공성’을 버리다니. 충격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기사를 한 번 살펴볼까요? 아, 물론 이 대목에서 정치적인 콘텐츠와 관련된 일방적 프레임은 거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성이란 순수한 플랫폼적 의미니까요.

전자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주장합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의원 입법으로 추진 중인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 가운데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조항에 강력 반대했다. 수익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면제 조항이 법으로 명시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라고요. 그리고 이어 이들은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도 저소득층에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할 지상파가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즉 정리하자면 전자신문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지상파 방송은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을 거부하고 있다! 아니,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지상파가 어떻게 이런 짓을!”

그러나 이는 단언하건대, 말장난입니다. 왜냐고요?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죠.

우선 지상파 방송사는 최소한 플랫폼에 있어서 만큼은 공공의 이익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수신 환경 개선 작업이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괴상한 정책 로드맵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한 부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우선 전제할 점은 지상파 방송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세요. 지상파 방송이 원하는 디지털 전환이 뭡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무료로 고품질의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직접수신률 제고에 그 난리를 치고 자원의 성격을 가진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할당을 원하고 있으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입니다. 종합하자면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 정국을 통해 저소득층은 물론, 온 국민을 포용하는 총체적 미디어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전자신문의 기사를 보겠습니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선, 기사를 보면 ‘재송신료=지상파 방송사가 시청자에게 지우는 부담’이라는 등식. 자신들만의 교묘한 패러다임 속에서 글을 쓴 티가 팍팍 납니다. 재송신료는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입니다. 그 콘텐츠에 대한 이용권을 재송신료라 부르는 거죠. 그런데 유료 방송은 이 재송신료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가입자에게 전가시키고 있어요. 그러면서 화를 냅니다. “왜 우리 가입자에게 돈 많이 내라고 하는 거야!”라고요. 아니, 지상파 방송은 그런 적 없습니다. 가입자들한테 부담 지우기 싫으면 그대들이 지불하세요.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루라는 뜻입니다. 아니면, 계산 방식이 1가구당 280원이라고 하니 헷갈리는 건가요? 분명히 말합니다. 콘텐츠를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마세요. 헌법에도 명기된 조항이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지상파 방송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대목.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 저소득층은 물론이거니와 전 국민 무료 보편의 미디어 플랫폼을 추구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모습을 소개했으니 이 점을 감안해 주시고, 몇 가지 더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선 하나. 지상파 방송사는 개별 MSO와의 재송신료 협상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고요, 두 번째, KBS 수신료도 저소득층은 면제라는 점. 아시겠나요? 지상파 방송은 온 국민 미디어 공공성을 추진하면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자, 다시 정리해봅시다. 전자신문은 ‘저소득층 지원을 거부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거짓말입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팩트에요. 하지만 지상파 방송이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싫어서 공공성을 버리고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과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은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기억하세요. 지상파 방송은 무료로 방송을 보여주겠다고 하고 있잖아요.

지상파 방송사의 스탠스는 똑같습니다.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은 방통위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 ‘실패’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무리하게 추진되고(말도 안 되는 순차별 종료의 여파는 방통위의 작품입니다) 이에 직접수신율이 저하되자 상대적으로 유료방송 가입율이 증가하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탄생했다는 점을요. 그런 이유로 결과적으로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은 디지털 전환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에게 유료방송 가입을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실제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전혀 완화하지 못하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겁니다. ‘유료’ 방송에서 ‘유료’의 뜻은 아시죠?

총정리 들어갑니다. 전자신문의 논지에는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 반대하는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증오가 깔려있는듯 보입니다. 그래서 지상파가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지상파의 공공성 포기’라고 내세우면서 아울러 그 구체적인 사유를 ‘저소득층 지원 거부’로 몰아가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해당 논리는 힘을 잃습니다. 저소득층 지원은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과 그리 큰 관계가 없습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지상파-MSO의 재송신료 협상을 들여다보면 다른 방법으로 꾸준히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죠. 지상파 방송사는 정부의 사기업에 불과한 유료 매체에 대한 지원보다는 미디어 공공성을 추구하는 방안을 더 원합니다. 그런 지상파에 갑자기 ‘공공성을 포기했다’고 기습을 하다니, 의도는 쓸만했지만, 무리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만큼 미디어 공공성과 거리가 먼 것도 사실 별로 없으니까요. 물론 현재 대다수의 방송 플랫폼은 유료 방송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쉽게 디지털 전환 하려면 유료 방송 플랫폼이 더 간단하겠죠. 이러한 사태를 부른 지상파 방송사도 분명 반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전제는, 지상파 방송은 플랫폼에 있어서 무료 보편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아니고요. 저소득층 지원은 다른 통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해당 법안은 저소득층 지원과 별 관련이 없다! 또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