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통신 할당 대세 타령, 지치지도 않나

[미디어 비평] 주파수 통신 할당 대세 타령, 지치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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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G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두고 통신사들의 진흙탕 싸움이 지루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두고 벌어지는 방송과 통신의 여론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6월 24일자 [디지털 타임스]의 ‘700MHz 주파수 통신 활용 대세’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충 내용은 이렇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해당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는 지상파의 입김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게다가 통신은 주파수 활용 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는 공짜로 주파수를 쓰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가는 통신 기술 고립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우선

이 기사의 첫 감상평은, 매우 식상합니다. 특히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해당 주파수를 통신에 활용하고 있다는 논리에 이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식상하다 못해 어지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어이없는 주장이 왜 황당한지는 6월 12일 주파수 관련 방송통신 3학회의 토론회를 평한 본 지면의 칼럼으로 대체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우선 주파수 활용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 통신사는 주파수를 활용하는데 큰 돈을 내지만 지상파는 그렇지 않다고 핏대를 올리는 부분입니다. 여기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존재를 수줍게 알려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하나 더. 만약 돈이 적다는 것으로 태클을 건다면 방송과 통신이 제 1가치로 삼는 기준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근자에는 통신도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를 방송과 통신으로 축약해 그 상대성을 인지하면 해답이 나오겠죠? 만약 통신사들이 최근 엄청나게 늘어난 외국 주주의 배당금을 줄이고 주파수를 전적으로 국민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천명하면 저도 생각을 바꾸겠습니다.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잖아요. 통신사들은 돈 낸 만큼 자사의 이익을 위해 돈을 벌고 계시잖아요. 알만한 분들이 왜 이러실까.

이번 [디지털 타임스]의 기사는 전형적인 ‘앵무새 기사’로 보입니다. 무조건 해당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는 목표를 두고 기존의 근거를 반복적으로 들이대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반박은 이미 수 없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텐데, 이런. 여전히 똑같은 내용만 반박하고 있네요.

그래서 저는 이 지면을 빌어 해답이 보이지 않는 앵무새 토론을 접어두고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사실 터놓고 말하자면 방송도 그렇고 통신도 그렇고 해당 주파수를 잡기 위해 아웅다웅하는것 아닌가요? 그러기 위해 각각의 논리를 내세워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지금 이뤄지는것은 토론이 아닙니다. 어떤 논리에 반박을 해도 계속 똑같은 논리만 펼치고 있으니.

여기 금광산이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느날 현존하는 대부분의 금광산을 소유했으며, 자신이 맡는 금광산마다 지하 마그마까지 파고 들어가기로 유명한 A라는 업자가 나타나 자신에게 해당 금광의 채굴권을 달라고 정부에 요청합니다. 금을 캐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요. 동시에 그는 정부를 설득합니다. 자신이 부자가 되면 비싼 외제차를 굴릴테니 자동차 산업이 부흥할 것이고, 외제차에 기름을 넣으면 기름 소비량이 증가하며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요식업이 흥하지 않겠냐. 게다가 자신에게 투자한 주주들도 큰 이익을 보고요. 마지막으로 그 업자는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니까 정말 죽어라 금을 캘 것이다. 그러면 금광산 채굴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열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한편, 정부에 막대한 채굴권을 돈 주고 사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이런 말도 속삭입니다. ‘다른나라도 다 나 같은 업자가 금광산의 채굴권을 가진다’라고요. 하지만 이 대목에 이르러 정부 관계자는 약간 머리를 갸우뚱 했다는 후문입니다. 다른 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금광산의 숫자가 많은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기 B라는 업자가 있습니다. 이 업자는 금광산을 채굴하게 해주면 그 수익금으로 나라의 가스와 전기같은 사회 인프라 사업에 충실하게 투자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채굴권을 구입하는 대신 추가적인 금광산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비용을 정기적으로 내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A 업자는 발끈합니다. 그리고 소리칩니다. “돈도 별로 안내는 주제에!”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세계를 휩쓴 스마트폰의 초창기에는 아주 기분나쁜 진실이 있습니다. 당시 스티븐 잡스의 스마트폰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며 승승장구할 때 대한민국의 통신사들은 시큰둥 했습니다. CDMA 기술의 성공에 힘입어 자만하고 있었다는 말이 정확하겠네요. 하지만 스마트폰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자 통신사들은 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해외의 LTE에 대항할 국산 와이브로 기술을 허겁지겁 개발하는 한편 정부에 요청해 아이폰을 선두로 밀려오는 해외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진입을 늦추기 시작하죠.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의 상황이 된겁니다.

결국 결론은? 제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폰 기술은 대한민국 특유의 성실함과 근면성으로 극복했지만 와이브로는 사장될 위기고, 안드로이드와 IOS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앵무새 토론은 이제 접어두고, 가장 본질적인 문제. 즉 주파수 할당의 자격을 따져보면 명확하지 않을까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며 모바일 IPTV를 유도하는 통신사들이 과연 해당 주파수를 가질 자격이 있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대답은 지양한다는 전제로, [디지털 타임스]의 기자에게 간절히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