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2가 몰고올 후폭풍

[문보경 칼럼] iPad2가 몰고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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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iPad2로 다시한번 세상을 뒤흔들었다. 지난 11일 미국에 출시된 iPad2의 인기는 iPad1보다 놀라웠다. 200여개 대리점과 AT&T·버라이즌 등의 매장을 통해 발매됐으나 단 하루만에 매진된 매장이 속출할 정도였다. 뉴욕애플 매장에서는 신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할 수 있는 첫 번째 자리가 900달러에 거래되는 풍경도 연출됐다고 한다. 첫날 미국에서 판매된 대수만 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보다 빨리 iPad2를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구매를 대행하는 업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iPad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지난 1년 동안 스마트패드라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다. 그 사이 스마트패드는 가장 편리한 미디어(콘텐츠) 소비기기라는 인식이 자리잡혔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패드는 스마트폰과 달리 방송시장에도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iPad2가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살펴 보자. 스티브 잡스는 지난 2일 iPad2 발표장에서 “iPad보다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얇아진 iPad2는 놀라운 제품”이라며 “2011년은 iPad2의 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얇아진 것이 iPad2의 특징이다. 여기에 카메라 2대가 전면부와 후면부에 장착돼 페이스타임(영상통화)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다른 점이다.

무게는 601g (와이파이), 607g (버라이즌), 613g (AT&T)에 불과하다. iPad는 와이파이 모델이 680g이었으며, 3G까지 겸한 모델은 730g이었다. 화면이 7인치로 작은 삼성 갤럭시탭의 무게가 599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감량이다. 두께는 기존 iPad 13.4mm보다 훨씬 얇아진 8.8mm다. 스마트폰인 아이폰4의 두께가 9.3㎜인 것을 비교하면, 얼마나 얇아졌는지 알 수 있다. 배터리 지속시간도 뛰어나다. iPad 2 역시 10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모드(standby)상태에서는 무려 1달간 배터리가 지속된다.

별다른 특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iPad가 휴대하기엔 무겁다 혹은 두껍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라면 큰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동하면서 큰 화면으로 영상을 보고 즐기는 것이 불편하지 않게 된 것이다. 너도나도 이어폰을 끼고 2~4인치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지하철의 풍경이 보다 큰 스마트패드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영상을 보고 e북을 즐기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마저 매력적이다. 32GB 용량에 와이파이 및 3G를 지원하는 iPad2는 729달러에 책정됐다. 이는 모토로라 줌보다 70달러 저렴한 가격이다. 줌은 구글의 태블릿 전용 운영체계(OS) ‘허니컴’을 채택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패드의 대표 상품이다. 애플은 또 499달러부터 시작하는 와이파이 모델도 내놨다.

국내에서는 4월 29일 출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것도 SK텔레콤과 KT, 두 사업자를 통해서다. iPad1은 국내 출시까지 6개월 가량이 걸렸지만 iPad2는 50여일 늦는 수준이다. iPad1 출시 당시, 국내 출시가 늦어지면서 해외 구매 대행을 통해 많은 이들이 iPad를 구매해버린 사례가 국내 출시 시기를 앞당긴 주요 이유로 보인다. 그만큼 iPad2의 인기가 한국에서도 유효할 것이라는 통신사업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됐다.

지난해 4월 iPad가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스마트패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소비자들이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컨설팅업체인 PRTM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이거나 출시를 대기중인 스마트패드가 무려 102종이나 된다. 단말기기 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패드용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벌써 스마트패드 전용 신문 ‘더데일리’를 출간했다. 더 데일리는 퍼드 머독이 3000만 달러를 투자해 만든 스마트패드 전용 온라인 뉴스 서비스로, 타블로이드 100쪽 분량의 뉴스를 매일 전달한다. 출간 한달여가 지난 현재, 외신에 따르면 더 데일리측은 한달 간의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횟수는 수십만 건에 이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에 이어 더 데일리는 오는 2분 기 중 안드로이드 기반의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스마트패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제 스마트패드용 애플리케이션과 전용 콘텐츠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통신사업자들은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확충하기 바쁘다.

하지만 미디어 업계를 비롯해 많은 업계가 여전히 혼돈 속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임과 동시에 기존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정내 세컨드·서드 TV 시장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유료방송업계가 스크린 전략을 다변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스크린 전략을 다변화하면서 중요한 것은 저작권이다. 사업모델과 광고모델도 각각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인터넷이 확산될 당시 미디어업계는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매기지 못했다는 과오가 있다. 스마트패드는 단순한 기기라기 보다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그런만큼 스마트패드 시장 활성화에서 2차, 3차로 이어지는 연관효과를 내다보고 보다 빨리 시장에 대응해야 할 숙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