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이동통신과 방송

[문보경 칼럼] 4세대 이동통신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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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바뀐 것이 참 많다. 틈만 나면 검색을 하고 생활정보를 찾는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바뀌었다면 그 뒷면의 산업계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다소 늦었지만 이에 대응하느라 방송통신단말기 업계는 무척 분주했다. 앞으로의 변화에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고민도 많아졌다. 융합(Convergence)이 무엇인지도 새삼 깨닫게 됐다.

 

또 한번 세상이 바뀔 태세다. 스마트폰이 전국민에게 세상을 바꿀 도구를 쥐어줬다면, 이번에는 그 도구로 제대로 한번 바꿔볼 수 있게 인프라가 진화한다.

 

어느새 상용화 단계까지 목전으로 다가온 4세대 이동통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월 26일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상용화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을 시연했다. 달리는 버스에서 42인치 TV로 HD 화질의 영상통화를 하고 3D 입체 영상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이동통신보다 무려 40배가 빠른 초당 600Mbps의 속도를 구현했다.

 

멀지도 않다. 앞으로 2~3년 뒤. 이동 중에 인터넷으로 고화질(HD) 영상은 물론 3차원(3D) 입체 영상까지도 끊김없이 볼 수 있게 된다. 신호가 조금만 약한 곳으로 이동만 해도 끊기기 일쑤였던 3세대 이동통신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콸콸콸’, ‘3차선’ 등등으로 자사 통화품질을 강조하고 타사의 통화품질을 깎아내리는 CF가 인기를 끌었을까.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그야말로 마음껏 무선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시대가 펼쳐진다.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시청자는 방송과 통신 그 어떤 인프라를 이용하든 끊김없이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5세대 이동통신(Beyond4G) 강국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4세대 이동통신 시연 직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공동으로 ‘차세대 모바일 주도권 확보 전략’을 보고하고, 핵심 기술 역량 확보와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을 통한 2015년 모바일 세계 최강국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CDMA 개발 이후 사실상 단절됐던 통신시스템 개발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연회를 통해 한국은 4세대(4G) 시장 경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게 됐다. 3.9G LTE와 와이브로의 국내 경쟁력을 토대로 4G 와이브로 어드밴스드 상용제품 최초 출시 등 4G 이동통신 양대 기술에서 모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기가코리아 구축 프로젝트를 준비해 내년부터 2019년까지 3단계에 걸쳐 8년간 추진한다. 예산은 민관을 합쳐 10조원 규모다.

 

또한, 우선 차세대 모바일 시대에 대비, 2015년까지 무선망·단말기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융합 서비스 등 통합형 기술을 개발하고, 광대역 무선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한다. 모바일과 전산업 연계 활성화 등으로 융합서비스 창출과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내놓은 기가코리아 전략은 B4G 시대를 대비, 단기계획을 넘어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제2의 스마트폰 쇼크를 경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4세대 통신을 조기 상용화해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고 B4G 시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네트워크 개념의 프로젝트 임에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차세대 서비스 등을 고려한 R&D를 통해 선순환의 ICT 생태계 조성을 겨냥하고 있다. 정부와 기존 통신업계 그리고 신생업체들의 투자를 감안하면, 민관을 합쳐 연 평균 1조원 이상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것이 방송계에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스마트폰으로 한번 혼란을 겪었던 방송계다. 콘텐츠 수급 정책을 어떻게 해야할지, 광고는 어떻게 운용할지 변화가 시작된 후 준비하면 늦을 수 있다.

 

통신 분야의 개가와 달리 방송의 현실은 초라하다. 디지털 전환 이후 차세대 방송 기술 로드맵이 그려졌지만 통신로드맵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인프라의 발전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케 하고 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방송사업자는 콘텐츠 공급자 정도로만 남을 수 있다. 더욱이 여전히 방송과 통신은 규제 정도가 다르다. 같은 콘텐츠라도, 같은 TV를 통해 보더라도, 같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더라도 인터넷으로 전송이 됐는지 방송됐는지 규제 적용정도가 다르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보거나 듣는 방송콘텐츠에 각종 의료 광고가 붙어있는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통신에 대한 정책이 개방과 투자활성화라면, 현 정부의 방송 발전 정책은 경쟁도입이다. 개방과 경쟁을 통한 발전을 기치로 내걸었다. 세상의 변화는 시작됐다. 뒤늦게 후회한들 소용없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자만이 융합시대에 승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