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날개 달 수 있을까?

[기자수첩] 라디오, 날개 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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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별이 빛나는 밤에’, ‘볼륨을 높여요’, ‘영스트리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을 들으며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친 하루의 끝,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이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고, 나보다 조금은 오래 산 인생 선배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며, DJ가 들려주는 한 곡의 음악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TV 나아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라디오는 서서히 잊혀져가는 매체가 됐다. 추억의 매체가 돼버린 것이다. 대다수가 라디오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곧 라디오는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아직까지 건재하다. 오히려 실시간 라디오 방송 청취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보고서를 통해 라디오 방송은 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여타의 경쟁적 디지털 미디어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청취자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뉴미디어와 자동차의 기술적인 융복합이 잘 이뤄진다면 향후 높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 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많은 양의 정보를 소리만으로 접할 수 있으며 일대일 접촉을 통해 개인적인 친밀함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어떤 매체에서도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라디오라는 매체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라디오가 답이라고 한다.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 디지털 전환을 한 것처럼 라디오도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로 바뀌면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으며, 음질도 CD 수준의 고음질로 들을 수 있다. 또 날씨나 교통 등 양방향 데이터 방송도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라디오는 주파수 이용 효율도 높아 가용 주파수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라디오 전송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존 FM 아날로그보다 2배 정도의 채널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청취자의 채널 선택권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 라디오 추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디지털 라디오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얼마 전 노르웨이 정부가 오는 20171월부터 공영 채널을 시작으로 노르웨이에서 운영되는 5FM 라디오 채널을 모두 중단키로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 연내에 디지털 라디오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디지털 청취자가 전통적인 FM 라디오를 수신하는 사람보다 늘어 FM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FM 라디오 방송의 종말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해 국민들이 다양한 라디오 콘텐츠를 고품질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래부나 방통위에 있는 정책 입안자들이 노르웨이의 디지털 라디오 전환 소식을 하루빨리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