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또 한번의 ‘스마트 쇼크’

[강희종칼럼] 태블릿PC, 또 한번의 ‘스마트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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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와 TV 방송 시간과 상관 관계가 있을까? 최근 방송 업계 종사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설문 결과 하나가 나왔다. 더 디퓨전 그룹(TDG)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일반 시청자보다 유료 방송 시간을 줄이거나 가입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패드 사용자의 3분의 1(33.9%)이 향후 6개월 안에 유료방송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12.9%는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반면, 아이패드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 응답자의 6.4%만이 유료방송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는 또한 아이패드 응답자의 27.4%, 아이패드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14.2%가 향후 6개월 이내에 유료방송의 가입 수준을 낮출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에 대해 일반인의 10%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를 진행한 TDG의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주요 방송사나 케이블 네트워크가 온라인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들이 유료방송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부터 삼성전자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시중에 출시됐다. 또 조만간 아이패드도 국내서 예약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전에도 아이덴티티탭(K패드) 등 태블릿PC가 출시된 바 있지만 이번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출시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태블릿PC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PC를 출시하기 전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가격과 요금을 놓고 오랜 기간 협상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출시가 늦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기업들이 가격과 요금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 요물단지가 과연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태블릿PC가 효자 상품이 될지 아니면 골칫덩어리로 전락할지 아직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사정은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노트북이나 넷북, PMP 등 휴대용 PC를 출시하고 있는 제조사는 태블릿PC가 자칫 자기 잠식 효과를 가져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이러한 고민은 태블릿PC의 사양과 가격, 그리고 요금제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첫 태블릿PC 갤럭시탭을 7인치 크기로 정했다. 사실 7인치는 휴대폰도 아니고 랩톱도 아닌 애미한 크기다. 이 때문에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7인치 태블릿은 도착 즉시 사망(Dead on Arrival)”이라는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9.7인치다. 삼성전자는 7인치 태블릿이 양복 안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아이패드 보다 휴대성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태블릿PC를 7인치로 정한 것은 기존 노트북 시장에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보이지 않는 욕심도 작용하고 있다. 만약 아이패드처럼 9~10인치 태블릿PC로 출시할 경우 삼성전자 노트북 판매량은 곤두박질 칠 것이기 때문이다.

 

갤럭시탭의 발매 가격은 90만원대다. 최근 중저가 노트북을 60~7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이 분명하다. 삼성이 이처럼 비싼 가격으로 태블릿PC 시장에 진출한 것은 역시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랩톱이나 노트북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태블릿PC 가격을 정한 것이다.

 

통신사들은 또다른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만약 기존 스마트폰 고객들이 태블릿PC로 넘어갈 경우 매출은 그대로인데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악수인 셈이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약 10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지난 13일 공개한 갤럭시탭 요금제에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갤럭시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년 가입 조건으로 월 5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이 경우 단말기 값은 3만6000원으로 확 낮아진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 가입자가 이 돈을 내고 갤럭시탭을 또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그동안 스마트폰 가입을 고려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이번 요금제는 기존 스마트폰 가입자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 3년동안 묶어놓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15일 현재까지 KT는 아이패드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으나 SK텔레콤과 유사한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PC는 통신사들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우량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엄청난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위험도 동시에 지내고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그렇다면 태블릿PC의 파급력은 통신사나 제조사가 이처럼 심각한 고민에 빠질 정도로 대단할까? 태블릿PC가 앞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향후 그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조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비즈니스인사이더가 500여명의 아이패드 사용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77.6%가 처음 구매할 때보다 아이패드 더 많이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거의 85%가 하루에 한시간 이상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약 10%는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세명중의 한명꼴인 28.9%는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로 랩톱이나 데스크톱 대신에 아이패드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