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가입자 200만 시대 명과 암

[강희종 칼럼] IPTV 가입자 200만 시대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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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기준으로 국내 IPTV 실시간 시청 가구수가 200만을 넘어섰다. 지난 2008년 1월 본격적인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주문형비디오(VOD) 가입자를 합한 전체 IPTV 가입자 수는 모두 265만 여 명이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지난 4월 28일 IPTV 실시간 가입자 200만 돌파를 기념해 200만번째 가입 고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기념행사와 기자간담회를 갖는 자축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IPTV 실시간 가입자는 100만 돌파에 9개월 여가 걸렸으나, 100만에서 200만에 이르는 데는 6개월 정도 걸렸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300만, 내년 초에는 400만을 넘을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된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경우 200만을 돌파하면서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IPTV 업계에서도 200만 돌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0만은 우리나라 등록 TV 수상기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실시간 가입자 200만을 돌파하면서 IPTV는 독립 미디어 플랫폼으로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IPTV가 컴퓨터나 휴대폰과 달리 전 가족이 공유하는 미디어임을 감안, 4인 가구로 계산하면 IPTV를 이용하는 시청자는 800만에 이른다는 셈법도 나온다. IPTV 사업자들은 200만을 돌파하면서 광고 시장에서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만을 넘으면 일단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IPTV 사업자들은 올해 여러가지 공공 사업을 통해 국민 생활 깊숙이 IPTV를 자리잡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IPTV 공부방을 통해 IPTV를 알렸다면 올해는 U-헬스, 학교 IPTV, 병영 IPTV, IPTV 효도방 등 IPTV가 실생활에 직접 활용되는 서비스를 통해 저변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올 한해 IPTV는 생활형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IPTV는 연내에 200만에서 300만으로 성장해, 2~3년내에 TV 시장의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IPTV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도 많다. IPTV 가입자가 200만을 넘어선 것은 정부의 IPTV 활성화 정책에 기인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말까지 200만 돌파 목표를 제시하며 사업자를 독려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IPTV 3사는 가입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올해 방통위는 이같은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방통위는 “정부가 민간 사업 영역에까지 목표를 제시한다”는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올해 들어 IPTV 가입자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IPTV 3사도 지난해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IPTV 가입자 100만 돌파 후 150만을 기록한 것은 두달만인 작년 12월이었다. 하지만 150만에서 200만을 돌파하기까지는 4개월이 걸렸다. 또, KT만 올해 200만명 확보 목표를 제시했을 뿐 타사업자들은 가입자 확보 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소극적인 행보는 IPTV가 예상보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IPTV 3사는 네트워크 투자, 셋톱박스 구매, 콘텐츠 확보, 마케팅 등에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자했으나 적자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입자 200만은 큰 숫자이지만 각 사업자별로 보면 KT의 IPTV 가입자 110만, SK브로드밴드 50만, LG텔레콤 40만 등으로 광고 플랫폼으로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IPTV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부족 문제해결이 급선무다. 온미디어를 제외하고 기존 케이블TV 진영의 주요 방송채널(PP)들이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방송사 계열 PP들도 여전히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기존 케이블방송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이 IPTV를 볼 때 ‘콘텐츠가 빈약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IPTV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울만한 것도 드물다. IPTV의 최대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주문형비디오(VOD)다. 그런데 최근 케이블진영도 주문형비디오를 대폭 강화하면서 IPTV와 격차를 줄이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영국 프리미어리그, 골프 등 스프츠 콘텐츠가 부족한 문제도 5월 들어 신규 스포츠채널이 론칭되면서 해소됐다.

IPTV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는 T커머스 등 양방향 서비스도 아직 개화하지 않고 있다. 흔히 IPTV를 소개할 때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의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화면상에서 주문해 결제하고 구입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T커머스는 법제도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IPTV 업계에서는 T커머스 규제가 완화된다면 IPTV는 도약의 계기를 맞고 수익성 문제도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IPTV사업자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T커머스의 규제 완화는 IPTV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