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상 칼럼>커넥션의 출현인가

<조준상 칼럼>커넥션의 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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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후가 예사롭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온갖 특혜로 뒤범벅을 한 종합편성채널과 신규 홈쇼핑채널 도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커넥션’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종편과 신규 홈쇼핑채널 양쪽 모두에서 그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다.

 언론 보도를 보면, 방송’통제’위원장 최시중씨의 탯줄인 동아일보가 종편 진출을 위해 부산지역에 있는 중기협 소속 상공인들과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지난 8월부터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게다가, 지난 9월부터 중소기업 전용 신규 홈쇼핑채널을 허용하겠다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에 찬성하는 이들이 모두 공급 주체인 중소기업이 직접 홈쇼핑채널을 소유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사정에 비춰보면, 중기협이 단연 1순위로 꼽히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기협이 양쪽에서 모두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입방아에 오르는 중기협의 모습은 전례에 비춰볼 대도 그리 낯설지 않다. 중기협은 지난 2005년 3월 OBS경인TV 사업자 2차 공모에 뛰어들었으나, 2006년 4월 최종 심사 때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들이 중기협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게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때 중기협이 주도한 컨소시엄은 170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동원할 계획이었다. 종편의 자본금 규모가 적어도 OBS경인TV(1500억원)의 자본금보다 훨씬 많은 2천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중기협은 대기업을 빼곤 자본 동원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곳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규 홈쇼핑채널이 도입될 경우, 중기협은 ‘떼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전용’이라는 말 자체가 이를 함축하고 있는데다, 중기협 자체가 일찌감치 홈쇼핑채널추진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서 합리적 추론을 위해 질문을 하나 던져 보자. 중기협의 종편 컨소시엄 참여가 맞다면, 수익성이 매우 불투명한 종편에 자본을 투자하도록 중기협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중기협의 신규 홈쇼핑채널 진출이 설득의 근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중기협에게 종편 참여와 신규 홈쇼핑 채널 진출은 동전의 앞뒷면에 해당될 수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진성호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그리고 일부 폴리페서들은, 종편에 5~12번 내의 ‘황금채널’을 배정하자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쪽에서는 신규 홈쇼핑채널에 대해서는 의무송신 지위를 부여하자는 제안까지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둘을 종합해 보면, 채널연번제를 통해 종편에 ‘황금채널’을 배정하고, 그 앞 또는 뒤에 신규 홈쇼핑채널을 배치하는 게 대체적인 윤곽이다.

 문제는 신규 홈쇼핑채널을 도입하는 독자적인 목적과 근거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5개 사업자가 있는 기존 홈쇼핑채널 시장이 중소기업 제품 판매의 기회를 넓히는 데 불충분했느냐 하는 데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함을 뜻한다. 옛 방송위원회는 2007년 6월 홈쇼핑채널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 강화를 위해 일곱 가지 내용의 ‘중소기업 육성과 중소기업제품 유통 활성화를 위한 권고’를 마련해 실행에 들어갔다. 이를테면 △유망 중소기업제품 신규 진입 기회 확대 및 판로 지원 △판매수수료 등 거래조건 개선 △송출수수료 경쟁 지양 △중소납품업체 품질개선 및 자금 지원 방안 마련·시행 △중소납품업체 부담 경감을 위한 직매입 제도 등 매입형태 개선 △정액수수료제 방송 축소 △중소기업제품 편성 및 매출비중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 정책 방안은 2006년 12월 롯데홈쇼핑이 중소기업 소유의 당시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것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뤄진 2006년 12월 이후에 마련돼 시행에 들어가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기존 홈쇼핑채널들이 이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방송통신위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지상파방송의 채널 사이사이에 홈쇼핑채널이 편성돼 송출되는 대가로 홈쇼핑채널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에게 지급하는 방송 송출수수료(2008년 약 3600억원)가 유료방송의 유지․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 효과도 평가해야 한다. 홈쇼핑채널의 막대한 방송 송출수수료가 SO가 월 평균 6600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시청료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널연번제가 도입돼 SO의 방송 송출수수료가 축소될 경우, 유료방송의 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런 배경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기존 홈쇼핑채널이 SO에 제공하는 엄청난 방송 송출수수료 규모에 비춰볼 때, 디지털 케이블과 지상파방송 사이에 소송으로 비화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콘텐츠 수수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차분한 검토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막대한 방송 송출수수료는 SO가 지상파방송 콘텐츠를 이용해 영리를 추구했다는 그동안의 지적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현실에서, 종편을 위한 특혜 차원에서 홈쇼핑채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 그 자체이다. 현실은 중소기업 제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기존 홈쇼핑채널의 의무를 강화하는 데서 출발할 것을 가리키고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조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