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칼럼>Multi-room DVR과 Cloud DVR

<이종화 칼럼>Multi-room DVR과 Cloud D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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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VR 인기 상승과 Multi-room DVR 추세

 광고업체 Magna는 2014년에 미국 전체TV 가구의 43%인 5,110만 가구가 DVR을 이용할 것이며, VOD를 이용하는 가구도 56%인 6,720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또한 미국 가정의 70% 이상이 DVR을 필수품으로 생각하게 되자 뉴욕타임스는 ‘TV의 절친’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며, AT&T와 Verizon의 IPTV 가입자 중 25%가 multi-room DVR 및 홈미디어 기능을 이용한다고 밝힐 정도로 DVR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와 같이 그 기능이 업그레이드되어 원격 녹화예약 등 융합형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간 방송 채널에 비해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DVR을 시청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을 정도다.
이에 케이블사업자들도 DVR이 고객 이탈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향상된 서비스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으며, 중요한 경쟁요소라는데 자극 받아 multi-room DVR 보급에 적극 나서게 되었고, Cable Show 2009에서 multi-room DVR이 대거 발표된 이후 2009년 하반기부터 MSO 중심으로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TWC(Time Warner Cable)는 Motorola와 협력해 tru2way 기반의 ‘Follow Me TV’라는 multi-room DVR에 홈네트워크 표준을 적용한 whole-home DVR 형태를 제시했으며, 통신장비업체인 Cisco는 HD multi-room DVR 기능이 내장된 케이블셋톱박스를 내놓아 케이블사업자의 가입자 유지와 ARPU 증대에 조력하는 등, DVR을 발판으로 방송장비 시장에 진입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DVR 이용자는 time-shift 기능을 즐김과 동시에 자신만의 시청 목록을 구축할 수 있는 등 대단히 편리하고 즐거운 영상 시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DVR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하지만 일단 사용하게 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DVR의 필요성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으며, 그 편의성과 홈네트워크 발전에 힘입어 콘텐츠 공유를 실현하기 위한 multi-room DVR로 나아갈 것이다. 다만 multi-room DVR을 제대로 활용하자면 전체 throughput 문제, 댁내 네트워크의 대역폭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셋톱박스의 고기능화와 함께 서비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사업자 입장에서 DVR을 적극적 계획적으로 활용도를 높이도록 유도하게 되며, DVR이 시간대별로 집중되는 트래픽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IPTV 사업자 입장에서도 push 서비스 기술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08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런 미국의 DVR 열풍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머지않아 세 IPTV사업자 간에 multi-room DVR 제공을 놓고 프리미엄 패키지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사한 서비스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도 DVR이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형성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상파 방송사가 DVR을 도입해 케이블방송이나 IPTV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콘텐츠 우위를 활용한 수익모델도 구가할 수 있다. 호주의 지상파방송인 Seven이 양방향 광고 솔루션을 탑재한 DVR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케이블TV에 가입하지 않고도 프로그램을 선택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면서 수익모델도 도모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콘텐츠 소비가 더 늘어나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DVR에서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을 경우 고화질 콘텐츠의 불법 확산도 우려된다. 따라서 이런 추세를 감안해 저작권 보호 기술 및 정책 개발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Cloud DVR 서비스 동향과 문제점

 그런데 셋톱박스에 내장된 DVR은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비 부담이 높고 개별 가입자 단위의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 상에 존재해 셋톱박스나 connected TV에 연결되어 서비스되는 이른바 cloud DVR 또는  RS-DVR(Remote Storage-DVR)이 도입되고 있다. 

 미국 Cablevision에 따르면 cloud DVR 서비스 비용이 일인당 100달러 이하이므로 셋톱박스에 하드디스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저렴해 대폭적인 투자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옥내배선 문제도 적고 홈네트워크가 불필요한 whole-home DVR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광고스킵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과제인데, Cablevision은 cloud DVR에 녹화할 때 타깃광고를 삽입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며, TWC의 경우 이용자가 광고를 스킵하려고 하면 동영상을 처음부터 재생시키도록 해 불편을 주기도 했다. 바로 그런 문제 때문에 cloud DVR이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미국에서 법적 다툼도 있었는데, 저장 공간을 갖는 cloud DVR이 기존 multi-DVR과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합법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간 최종 판결을 기다리며 도입을 미루고 있던 cloud DVR 사업이 활기를 띄면서, VOD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벤더들의 cloud DVR 제품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사업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를테면 TWC는 VOD 이용률이 약 20%인데 비해 cloud DVR의 이용률은 30~40%로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DVR이 유료서비스를 선도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cloud DVR이 초기 투자비를 경감시켜주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많은 이용자들이 동시에 ingest할 경우를 대비하자면 시스템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약 200만 명의 가입자가 cloud DVR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Concurrent사에서는, 가입자의 30%가 특정 시간에 녹화할 경우 60만 개의 ingest가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을 처리하려면 현재의 VOD 인프라로는 어려우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Tandberg Television도 cloud DVR 구현이 현재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견해는 다른 말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동시 ingest에 따른 또 다른 문제도 예상된다. 이를테면 DVR에서 time-shift 기능이 편리한 시청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cloud DVR에서도 그 기능을 부여할 경우 ingest 부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며, 따라서 cloud DVR에서의 time-shift 기능은 셋톱박스에서 로컬하게 행해지는 방안이 필요하게 된다.
더욱이 대량 트래픽이 발생할 경우 DVR 서비스 자체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다른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통신사업자와의 수익 분배에 따라 이용 요금이 예상보다 상승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멀티유저 서비스의 경우, 비용 상승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DVR이 단순히 부가 기능에 머물지 않고 미디어 인프라 전체 관점에서 미디어 소비 형태를 발전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도모한다면, 콘텐츠 업계와 산업계는 물론 각 매체 사업자들이 추가적인 시장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력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상파방송사가 주축으로 개발 중인 OHTV(Open Hybrid TV)의 경우 셋톱박스에 DVR을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TiVo와 같은 외부 DVR 솔루션과 연동하거나 cloud DVR에 기반한 유료서비스를 통해 일부 수익모델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DVR이 발전하면서 해결해야할 이슈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DVR의 활력이 나날이 증대되고 다양한 서비스 및 수익모델이 등장하고 있는데 반해,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급이 원활치 않아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며, 보급 및 활용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