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칼럼> 케이블사업자의 고민, TV Everywhere

<이종화 칼럼> 케이블사업자의 고민, TV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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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Everywhere의 출발과 참여

 YouTube 출현 이후 강력한 제2의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로 급성장한 Hulu는 미국 케이블사업자에게 큰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Hulu가 지상파방송콘텐츠를 비롯해 유료채널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cord-cutting’을 부추기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 것이다. 이에 Hulu의 대항마로 미국 1, 2위 케이블 사업자인 Comcast와 Time Warner Cable(이하 TWC)은 인터넷을 통해 PC에서도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TV Everywhere(이하 TVE)’라는 서비스 모델을 내놓게 되었다. 
 
 이를 두고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동종업체들의 참여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Cablevision 및 Comcast의 계열사를 필두로 2009년 7월에는 MTV Networks·Disney/ABC Television Group·NBC·HBO·Cinemax 등이, 8월에는 TWC와 Verizon, CBS와 Discovery Communications도 뒤이어 참여하면서 콘텐츠 확보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었고, Comcast와 TWC의 적극적인 시범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의지를 실천해 나가고 있으며, Verizon도 시범서비스에 제한적으로 참여 중이다.
이와 같은 참여 러시는 Hulu를 견제하기 위한 유료방송사들의 전략의 일환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정확한 시청률 측정과 타깃팅이 가능하므로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고, 광고주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서비스에 주저했던 사업자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TVE 서비스는 케이블 사업자들의 이른바 ‘two-screen’ 전략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Three-screen 전략이 유무선 인프라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전송권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형성과 가입자 확보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TV와 PC를 결합한 수준의 two-screen 전략은 상대적으로 참여 결정이 쉬운 편이다. 특히 이 서비스는 추가비용 부담 없이 PC에서도 TV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인 92%가 무료 온라인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환경에서 TVE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참여 열기에 한 몫 하게 되었다.

TV Everywhere 서비스의 이슈

 TVE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제점도 함께 지적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과연 비즈니스모델로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서비스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며 궁극적으로 수익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PC에 제공하기 위해 생각 이상으로 부대비용이 많이 든다면 곤란하며, 정작 수익모델이 잘 발굴되지 못한 채 비용만 상승한다면 오히려 케이블사업자의 수익구조를 나쁘게 하고 급기야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면, 애시당초 그런 서비스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TVE 서비스가 케이블 해지 희망자들을 묶어놓는데 기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기사를 인터넷에 무료로 제공하는 바람에 오프라인 독자가 줄어들게 된 신문사의 실수를 따라갈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서비스 성공여부는 기존 케이블TV의 수익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온라인에서의 시청습관을 받아들여 적절한 수준에서 시청환경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 외에도 이용자 인증방법, 인터넷의 개방성을 위배할 가능성을 비롯해, TVE 서비스가 인기콘텐츠 확보에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경우 야기될 공정경쟁 문제도 풀어야 할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누가 얼마나 콘텐츠 저작권자를 합류시키는가가 1차적인 성공여부를 판가름하게 되겠지만, 광고시장 확대를 위한 타깃광고 등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시도하면서 수익모델을 발전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TV Everywhere 서비스에 대한 신중론

 TVE 서비스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진정되면서, 2014년 이후 대중화가 가능하다거나, 법적논쟁 때문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는데 최소한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신중론도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걸림돌이 케이블업계 자체에서 생겨난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서비스 구축 및 안정 기반 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고, 따라서 콘텐츠 업체가 TVE 서비스의 실질적인 주도권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타깃 광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사업자 및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시장의 조기 구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트리밍 동영상을 전송하는데 소요되는 네트워크 비용부담이 TVE 서비스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참여사업자들 간에 사이트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대두되었다. 반면, 타깃 광고를 감안하면 사이트 통합보다는 개별 사이트에서의 서비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사업자들이 IPTV 사업자나 OTT 사업자들과 경쟁할 경우, 개별 SO 차원보다는 MSO나 SO 연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갈 필요가 높아 보인다.

한편, 인터넷종량제가 TVE 서비스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강한 미련과 추진의사를 갖고 있으며, 케이블사업자들의 TVE 서비스가 네트워크 비용을 일부 부담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수익에 일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케이블사업자들은 TVE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를 확보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종량제가 실시될 경우 소비자의 활발한 이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된다. 따라서 케이블사업자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비용부담이 적은 푸시(push)서비스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TV Everywhere 서비스의 유료화 움직임
 
 TVE 서비스가 광고기반의 무료 온라인동영상 사이트인 Hulu 등과 직접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 같은 무료서비스를 표방한 바 있어 Hulu의 수익모델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09년 하반기부터 Hulu의 유료화가 표명되면서, TVE 서비스가 확산되기도 전에 수익모델의 변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어 프로젝트 참여자와 소비자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동영상 광고가 수익을 일부 받쳐줄 수 있겠지만, 과연 광고만으로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겠냐는 것이며, 결국 유료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미국 내 브로드밴드 서비스 이용 가구의 46%가 PC를 통한 TV콘텐츠 시청에 관심이 있으며, 30%가 10달러 이상의 이용료 지불할 의향 보인다는 TDG(The Diffusion Group)의 조사결과가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화는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을 높여버리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를테면 유료화에도 불구하고 인기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없게 될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TVE 서비스 이용자들의 실망이 높아질 수 있으며, 또한 이용자들이 PC에서의 영상화질이 TV에서와 같은 수준으로 제공되기를 기대할 것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비용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E 서비스를 빌미로 케이블수신료를 인상한다거나 SD급 콘텐츠는 무료로 하되 HD급 콘텐츠는 추가요금을 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CDN 비용 등 온라인 사업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수익방안이 확실치 않을 경우,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아내기 전까지 TVE 서비스 확산이 늦어질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무료화를 표방한 서비스가 수익모델과 관련해 이용 환경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공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인프라든 콘텐츠든 직접 갖고 있지 않는 사업자는 수익모델 설정과 관련해 취약한 입장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케이블TV 사업자 입장에서 가입자가 IPTV나 유사 서비스로 이탈할 가능성을 어떡하든 줄여야 하기 때문에, 논란에도 불구하고 ‘TV Everywhere’라는 브랜드로 가입자를 계속 묶어두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케이블사업자들의 강점인 콘텐츠 파워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플랫폼 다각화 구조를 적절하게 유지시킨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사업자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며, 매년 인터넷 동영상 이용자가 두 배씩 급증하는 환경에서 TVE 서비스가 고육책이라 하더라도, 대가 지불 이상으로 욕심 많은 가입자들을 어떻게 유료서비스 쪽으로 잘 유인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그나마 케이블사업자들에게 다행인 것은, TWC가 밝힌 바대로 온라인 동영상 시청의 84%가 가정에서 이루어지며, 74%는 PC보다 TV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시청자가 여전히 TV를 통해 동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TVE 서비스가 케이블사업자의 콘텐츠 사업 영역에 혼돈을 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으며, Comcast도 케이블의 VOD 플랫폼이 온라인보다 더욱 훌륭한 플랫폼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하면서 부분적 유료화를 가능하게 하거나, 기존 케이블TV 서비스와 연계한 차별화된 two-screen 전략을 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PC에서의 TVE 서비스와 연계해 케이블TV 셋톱박스가 홈네트워크 게이트 웨이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2010년 한국의 IPTV 기상도는 케이블TV와의 본격적인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2009년이 IPTV 3사 간에 치른 1차전이었다면 2010년에는 케이블TV 가입자를 본격적으로 빼앗아 와야 실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케이블사업자들이 미국에서의 TV Everywhere 서비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