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칼럼>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허울

<이종화 칼럼>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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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칼럼>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허울

–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서의 수익모델 논란 –

 

Google의 YouTube에 대응하기 위해 뉴스콥 등 올드미디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작년 초 Hulu를 탄생시켰으며, YouTube의 최대 약점인 불법콘텐츠 문제를 거울삼아 합법적 콘텐츠로 무장하면서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를 지향하였다. 올드미디어들의 그런 전략은 적중했다. 미국 조사기관인 Com Score는 지난 3월 Hulu가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점유율에 있어 처음 3위에 올랐다며 YouTube 독주 판도에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고 타전했다. YouTube가 59억 건으로 1위, Fox Interative Media가 4억3,700만 건으로 2위이지만, Yahoo나 MS를 제치고 3억8천만 건으로 3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런데 1위와 2, 3위간 격차가 무려 열배 이상이나 차이 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CBS를 제외한 미국 메이저 방송 3사의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전세계가 저작권보호와 불법콘텐츠 퇴치에 적극 나서면서 합법 콘텐츠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으리라. 시장점유율이 2.6% 밖에 안되지만 한달 사이에 순이용자수가 20% 가량 증가하고 있다니 그런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한편, 잠재적 광고 미디어였던 UCC보다 저작권 문제없는 동영상이 광고를 붙이기에 낫다는 점도 Hulu에 대한 평가를 돕고 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도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2위 달성은 물론 YouTube의 대항마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늦게 Hulu에 참여하면서 지분 25% 가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디즈니는 최근 Hulu에서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요금 부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서비스를 가입자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듯, IT미디어 전문 웹사이트인 AllTingsD는 온라인 광고에만 매달리는 수익모델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디즈니의 입장에 대해 유리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테면,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영화감상은 시간당 5달러, 책이나 신문 잡지 읽기에는 75센트, 케이블 및 위성TV시청에는 50센트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인터넷 서핑에는 시간당 25센트 밖에 지출하지 않고 있어서 현재보다 더 많은 비용을 온라인 콘텐츠에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료화 환경이 좋으므로 수익모델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미국처럼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콘텐츠소비 지출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런데 디즈니의 그런 입장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Hulu의 약진이 거듭됨에도 불구하고 광고기반의 무료서비스로는 수익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먼저 고객을 유인한 뒤 적절한 시점에 프리미엄서비스를 통해 유료화를 병행하겠다는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인터넷TV 스트리밍 기술업체인 Move Networks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기존 유료TV 사업자에게 수익화 기회를 제공한다며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광고 하나만으로는 수익성이 없을 것이므로 UGC(User-Generated Content)가 대세인 광고기반 무료서비스로부터 PCC(Proteur Created Content)를 통한 광고기반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료TV 사업자들이 자사 콘텐츠를 온라인에 적극 제공하게 될 것이며, 시청자들은 가입비 외에 온라인 시청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시청자는 PC에서도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사업자는 광고 외의 수익이 증가하게 되면서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되는 견해도 있다. 미국 케이블업계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증가하게 되면, 케이블가입을 해지할 움직임이 우려되며 특히 젊은 층의 편향된 시각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브로드밴드를 이용하는 18세 이상의 이용자 중 40% 가량이 헤비유저이고 그들이 인터넷 동영상 이용의 80%를 점하고 있어 향후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케이블업계는 최근 Time Warner를 주축으로 온라인 동영상 프로젝트인 ‘TV Everywhere’를 내놓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공영방송의 대표격인 BBC와 NHK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먼저 NHK는 작년 말 내놓은 유료 기반의 ‘NOD(NHK On Demand)’서비스가 반년이 지난 지금, 이용률이 예상보다 부진하여 적자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히트작을 무료화하는 등 타개책을 동원했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 구매자가 예상의 1/5에도 미치지 못하여 5천만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NHK는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하여 2014년에 누적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목표지만, 이미 방영된 TV프로를 돈내며 다시 볼 시청자가 그리 많지 않다며 NHK 내부에서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등 쉽지 않을 전망이다.

BBC의 경우, iPlayer가 한 달에 4,10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지만,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CDN 이용료를 지불해야하는 등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무료기반의 iPlayer와 별도로 BBC는 광고기반 수익모델을 전제로 한 Project Kangaroo를 ITV 및 Channel 4와 함께 추진키로 했었다. 그러나 영국의 공정경쟁위원회가 광고비용에 대한 독점적 통제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며 불허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추진을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이와 같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서의 수익모델을 둘러싸고 현재 전세계는 혼돈 상황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대표적인 두 공영방송사가 수신료 외에 제3의 수익원을 염원한 사업과 계획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등, 수익화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BBC의 경우 공정경쟁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공영방송이 계속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으며, 다른 나라 공영방송의 유사한 사업에도 논리적인 불리함이 추가되게 되었다.

최근 OECD는 방송통신 현황 분석 보고서인 ‘2009 커뮤니케이션 아웃룩’에서 광고 분야의 경쟁심화로 방송수익원이 광고에서 시청료로 전환되는 추세라 분석하였는가 하면, 시장조사업체인 Strategy Analytics도 유료서비스가 수익성이 더 높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무료서비스가 서비스 안착 및 확대에 기여했지만 광고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그런 시각은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지상파 DMB에서처럼 허울뿐인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올드미디어 방송사들로 하여금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에서의 실효적인 수익 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고화질화와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