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일본이 차세대 방송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HD 방송용 주파수 확보는커녕 아직 지상파 UHD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 표준도 없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NHK는 오는 9월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는 ‘국제 방송 박람회(IBC) 2014’에서 초당 120 프레임을 처리하는 기술을 포함한 8K급 ‘슈퍼 하이비전 TV 시스템’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8K급 슈퍼 하이비전 기술은 현재 시중에 가장 많이 보급된 HD 및 22.2 채널 오디오 보다 16배, 일반적인 UHD로 불리는 4K급 보다 4배 정도 해상도가 높은 기술을 말한다.
NHK가 올해 선보이는 8K 신기술은 단-대-단 고속 프레임 처리 시스템으로 카메라‧비디오 처리‧디스플레이 등 모든 제품에서 초당 120 순차 프레임으로 8K 해상도(7680×4320 픽셀)를 구현한다. 고속 프레임 처리 시스템은 높은 영상 해상도뿐만 아니라 3개 층으로 된 22개 오디오 채널과 2개의 서브 우퍼(초저음부) 채널을 포함한 3D 서라운드 시스템이 보완되어 최상의 음향을 제공한다.
NHK 관계자는 “8K 슈퍼 하이비전 기술은 획기적인 기술로 단-대-단 고속 프레임 처리 시스템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특히 스포츠와 같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콘텐츠에서 센세이셔널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기술 외에도 현재 일본은 8K 구현에 있어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키며 국제 규격으로 승인받는 등 모든 기술 개발을 8K 상용화에 맞춰 진행시키고 있다. NHK 역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8K 방송을 시작한다는 목표 아래 2016년 시험 방송 실시 예정 등 8K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앞서 나가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UHD 방송 사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중심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8K 실험 중계 방송하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8K 로드맵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직 일반적인 UHD인 4K에 대한 교통정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세계 최로 유료 방송 UHD 상용화라는 달콤한 미몽에만 빠져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 확장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UHD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유료 방송만으론 부족하다. NHK 중심으로 4K에 이어 8K급 관련 기술까지 포괄적으로 발전시키기고 있는 일본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현재 UHD 시장에서 4K는 물론이고 8K에서도 일본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방송 콘텐츠의 80% 이상을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무시하고 유료 방송 중심의 UHD 정책을 추진한 정부 정책에 있다.
일각에선 UHD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도 UHD 상용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지상파 UHD 방송은 시기상조라는 안일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세계 각국은 지상파 UHD 실험 방송을 성공리에 끝내며 지상파 UHD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의 방송위원회도 얼마 전 오는 2016년 지상파 방송을 UHD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프랑스에서, 2020년 일본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한 뒤 지상파 UHD 방송을 부리나케 준비해봤자 소용없다. 다른 나라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상파 UHD 상용화로 UHD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UHD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를 마련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