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최근 지상파 DMB를 향한 볼멘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상파 DMB로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데 선수 얼굴이나 이름, 점수 등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화질 기능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일부 스마트폰과 채널에는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화질 기능이 적용돼도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선수 얼굴이 뭉개지고, 등 번호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 SD급 화질의 지상파 DMB가 HD 화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선명한 화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화질 즉 화면 해상도는 화면을 구성하는 점(화소)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흔히 DMB를 통해서 보는 SD급 해상도는 720×480으로 가로 720줄, 세로 480줄이 배열된 화면을 보는 것이고, HD급 해상도는 1280×720 이나 1920×1080으로 SD급 보다 가로줄과 세로줄이 더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다. 가로줄과 세로줄이 촘촘하면 촘촘할수록 화면은 더 선명해지고, 잔상도 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HD 화질로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SD급의 화면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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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의 ‘세계 TV 교체 연구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TV를 교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화질을 꼽았다. 화질은 총 148점으로 음향, 가격, 사용 편이성 등을 제치고 TV 교체 시 가장 고려되는 부분으로 선정됐고, 음향이 그 뒤를 이었다.
UHDTV의 보편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비롯된다. 국내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UHDTV를 한 번 경험해 본 사람들은 UHDTV 구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HD와 SD 화질이 확연히 구분되듯이 UHD와 HD도 마찬가지다. UHD의 음향 역시 HD의 음향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현재 시장 반응으로 볼 때 가격이 조금만 더 떨어진다면 UHDTV 구매 가구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역시 향후 2년 내에 UHDTV의 보편화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NAB Show 2014’에 참석한 고든 H. 스미스 전미방송협회 회장은 “UHD 방송은 이미 세계적 추세이고 향후 2년 이내에 보편화가 완료될 것”이라며 UHD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UHD 정책은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 바로 어제(2일) 열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총회에서 34건의 표준 후보안 중 유일하게 지상파 UHD 방송표준만 부결시켰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UHD 방송용 주파수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표준 제정이 미뤄지는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방송표준이 제정된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의 방송표준만 제정되지 않는 것은 정치적‧산업적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미 지상파방송은 2차례에 걸쳐 실험 방송을 실시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UHD 방송표준 결정을 계속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표준이 결정되어야만 UHDTV 생산 시 UHD 방송 수신기를 내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UHD 보편화 시대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듯이 지상파방송 없이는 UHD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현재 국내 콘텐츠의 80% 이상을 지상파방송이 생산하고 있는데 UHD 시장에서의 성패는 콘텐츠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UHD 콘텐츠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UHD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콘텐츠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제작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이유로 지상파 중심의 UHD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이 UHD 방송을 시작한다면 콘텐츠 부족 현상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 복지 증대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제기된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 주축으로 UHD 방송을 해야 누구나 다 UHD 화질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HD 방송을 본 사람은 SD 방송에 만족할 수 없다. UHD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전시회나 시연회 등에서 UHD 방송을 본 사람들은 HD 방송과의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처럼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 중심의 UHD 정책만 고집한다면 지불 능력이 있는 시청자들만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지상파 중심의 정책으로 디지털 빈부 격차를 줄여 보편적 정보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앞장섰으면 한다고 희망 섞인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