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사업자 난립으로 T-커머스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0개의 T-커머스 사업자 모두 사업권 재승인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을 겸영하는 사업자들의 시장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정부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월 24일 T-커머스 10개사를 대상으로 재승인 심사를 진행한 결과 전 사업자가 재승인 기준인 500점 만점에 350점 이상을 획득해 사업권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재승인을 받은 10개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KT하이텔의 K쇼핑, 아이디지털홈쇼핑의 쇼핑엔T, 신세계TV쇼핑의 신세계쇼핑, SK브로드밴드의 Btv쇼핑, 더블유쇼핑의 W쇼핑, GS홈쇼핑의 GS마이샵, CJ오쇼핑의 CJ오쇼핑플러스샵, 현대홈쇼핑의 현대홈쇼핑플러스샵, 우리홈쇼핑의 롯데OneTV, NS쇼핑의 NS샵플러스 등이다. 이들은 앞으로 5년 동안 T-커머스 사업권을 유지한다.
미래부는 3월 21일 방송·경영·법률·회계·소비자 5개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홈쇼핑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통해 T-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재승인 심사 공청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심사위는 재승인 조건으로 △핀테크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ICT 양방향 서비스 구현 △TV 홈쇼핑 방송 상품 중복 편성 비율 제한에 따른 신규 중소기업 유통 판로 확대 △중소 납품 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 등을 제안했다.
미래부는 심사위의 제안 조건을 참고해 오는 4월 중 재승인 조건이 부과된 재승인장을 교부할 계획이다.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홈쇼핑 채널 사업자들의 겸영과 미래부의 비공개 심사 등을 이유로 지난해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 업체가 나온 것처럼 이번 T커머스 재승인에서도 1~2곳 업체가 탈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래부는 이변 없이 10개 사업자의 재승인을 결정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재승인으로 홈쇼핑과 T-커머스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스마트 미디어 시대, T-커머스 발전 방향’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최재섭 남서울대 교수는 “사실상 홈쇼핑 사업자 5개사가 2개의 홈쇼핑 채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홈쇼핑과 T-커머스 사업의 겸영이 결과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홈쇼핑 겸영 T-커머스의 경우 연동형으로 전환하는 등 채널 수를 자체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규제 기관에서도 1기업 2채널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DMB 시장을 언급하면서 “지상파 계열사 외에 나머지 3개 중소 사업자가 고사 직전에 있는 DMB처럼 T-커머스 시장도 몰락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재허가 심사를 강화해 홈쇼핑 사업자와 T-커머스 사업자의 수를 감소시키고, 중기적으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정립하는 등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이번 심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현재 홈쇼핑과 T-커머스 사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업체들의 난립과 그로 인한 생존 경쟁으로 홈쇼핑과 T-커머스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의 이 같은 지적에 홈쇼핑 관계자들은 “정당하게 허가를 받은 사업인데 겸영을 이유로 비판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으나 학계 전문가들은 “홈쇼핑과 T-커머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만 집중한다면 애매한 위치에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