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합병 승인을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2월 1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다.
방송협회는 “금번 인수합병은 경쟁 사업자를 포획하고 제거하는 방식으로 통신 산업을 잠식한 SK텔레콤이 방송 시장의 경쟁 사업자도 제거하려는 경쟁 파괴적 인수합병”이라며 “이번 인수합병이 승인되면 방송 플랫폼 시장은 다자간 경쟁에서 거대 통신사들이 지배하는 독과점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합병이 강행될 경우 콘텐츠 저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방송 콘텐츠 산업은 급격하게 황폐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결합판매 과정에서 방송 상품이 초저가 미끼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결합상품의 공짜 마케딩에 관한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방송협회는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특정 이동통신사의 방송 플랫폼 과점을 강화시킬 경우 ‘콘텐츠 제값받기’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방송협회는 이번 인수합병이 현행 방송법뿐 아니라 개정 중인 통합방송법에도 명시된 ‘방송 사업자의 독과점적 지배 제한 및 공정경쟁 확보’ 조항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통합방송법에 따르면 인터넷TV(IPTV)와 케이블방송이 동일 서비스로 간주되므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인수에도 소유 제한이 적용돼야 한다”며 “관련법이 정비되고 있는 입법 공백 상태에서 이 문제를 섣불리 승인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법적 일관성을 해칠 수 있고, 정부가 법이 정비되기 전에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심사를 서둘렀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방송법 입법이 우선 완료된 이후에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방송 영역의 공공성과 선거 공정성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방송협회는 CJ헬로비전 23개 사업 구역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이 총 지역구의 1/3에 달하는 76명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이 87명이라며,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재벌기업인 SK텔레콤이 선거에 개입해 방송의 공정성 및 선거의 중립성도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건은 독과점 문제 및 공공성 훼손에 관한 우려가 많은 만큼, 근거도 없는 경제 활성화 여론몰이에 휘말려 성급하게 추진되어선 안 된다”며 정부의 승인 불허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