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유료방송 구조 개편 신호탄되나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유료방송 구조 개편 신호탄되나
“단기적으로 M&A 인가 절차 개선, 장기적으로 새로운 방송 철학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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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유료방송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M&A 인가 절차 개선, 중장기적으로 방송의 공적 책무 재분배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3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 2층 회의실에서 한국언론인협회 주최로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의 쟁점 및 향후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이후 KT와 SK텔레콤을 제외한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예상된다”며 “이제는 M&A 찬반 논의에서 벗어나 M&A를 계기로 ‘앞으로 규제 철학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송 정책과 철학을 정립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박 팀장은 유료방송 산업의 적자 상황부터 짚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유료방송 산업의 매출액은 2011년 3.1조 원에서 2014년 4.4조 원으로 연평균 12.8% 증가했지만 합산 영업 적자는 2011년 1,510억 원에서 2014년 3,104억 원으로 확대됐다. 박 팀장은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정체되고 홈쇼핑 매출 수수료 증가율은 낮아지는데 콘텐츠 구매 비용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터넷TV(IPTV)는 규모의 경제에 도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하겠지만 케이블은 가입자 감소로 점점 더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원 CJ헬로비전 사업협력팀장은 “유료방송 시장이 정말 어렵다”며 “출혈적 저가 시장으로 서비스 경쟁은 전혀 없고 치열한 요금 경쟁만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임 팀장은 “SK텔레콤과의 M&A는 케이블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유료방송의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번 M&A 이후 KT나 SK텔레콤을 제외한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진행된 결국 유료방송 시장은 몇 개의 독과점 기업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 역시 박 팀장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이 실장은 “향후 이와 같은 M&A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 M&A가 방송의 본연적 가치라 할 수 있는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송 정책 방향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정량적 심사 가이드라인 등 M&A 관련 법‧제도 정비 △사업자에 대한 사후 규제 방식 마련 △방송통신 시장의 새로운 획정을 통한 생태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그는 “유료방송 시장 자체가 대형화, 규모의 경제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유료방송의 공적 역할을 재검토하고 나아가 공적 미디어와 사적 미디어를 구분하는 것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현 M&A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의 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 절차로 구분돼 있는데 현 제도는 재허가를 준용하고 있어 미래의 영향이나 계획보다는 과거 실적 중심의 항목이 존재해 M&A에 부적절하다”며 M&A에 특화된 절차와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에만 존재하는 공익성 심사가 방송법 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M&A가 방송의 공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익성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또 “IP망을 통신망이 아닌 방송통신망으로 인식하고 이제 부합한 적정 수준의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케이블이 수행하던 공적책무를 IP 기반 미디어에 재분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 심사 ‘밀실행정’ 논란…“자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편 세미나에서는 이번 M&A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지적됐다. 방송통신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M&A인 만큼 투명한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미래부가 아직까지 SK텔레콤의 사업 신청 계획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어 비공개 밀실 심사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수 용인송담대 교수는 “적어도 어떠한 방향을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인지, 대책반을 꾸렸다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이 돼 있는지 공개적으로 자료를 내놓고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미래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여론만 신경 쓰다 본질을 놓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미래부에서 M&A 심사 대책반을 꾸리면서 여러 단체에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언론계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언론개혁시민연대나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합병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방송통신실천행동)’은 배제하고 진행했다”며 “M&A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위원들을 다 모아 놓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업에 우호적인 사람들만 모아 놓고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게 객관적인 심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