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발신지=연합뉴스(서울)] 대주주와 노조 간 회동 후 소강 국면을 맞았던 SBS 노사 갈등이 단체협약 개정을 앞두고 임명동의제 폐기 문제로 다시 불거졌다.
사측은 SBS 사장과 SBS A&T 사장, 보도와 편성, 시사교양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조항을 단협에서 삭제하겠다며 이는 노조의 10·13 합의 파기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27일 밝혔다.
10·13 합의는 2017년 10월 SBS와 SBS 대주주였던 SBS미디어홀딩스, SBS 노조가 주요 보직의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사외이사 선임에 노조 참여를 보장하는 데 합의했던 일을 뜻한다.
SBS는 앞서 구성원 공지를 통해서도 “10·13 합의 핵심 내용 중에는 노조가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해온 비난을 멈춘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었는데 윤창현 노조위원장은 2019년부터 대주주와 전·현직 사장을 네 차례 검찰 고발했다”면서 합의 파기의 책임을 노조에 돌렸다.
이에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단협은 노사 관계 기본 원칙을 정하는 사실상 SBS 노사 헌법과 같다”며 “기존 별개의 합의문 파기로, 노사 간 최상위 규범인 단협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궤변”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과거 10·13 합의 파기에 대비해 임명동의제를 단협에 넣자고 제안했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으므로 두 협상은 별개인데도 회사가 임명동의제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주요 언론사에서 임명동의제는 대의가 됐고, 앞다퉈 SBS의 임명동의제를 참고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사측의 치졸하고도 허황된 임명동의제 파괴 시도에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사측은 다시 공지를 통해 “2017년 근로 조건과 지위 등을 담는 단협에 경영진의 인사권인 임명동의제를 포함하는 게 적절치 않았지만 합의를 성실히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윤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임명동의제의 뿌리인 10·13 합의를 파기한 자신의 독단적인 행위에 대해 노조원들과 회사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또 단협은 내외부 변화에 따라 2년마다 개정할 수 있다”고 강조해 양측 갈등은 또다시 장기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