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전쟁이 시작된다

OTT 전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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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국내 미디어 산업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사업자, 그리고 해외의 상황까지. OTT의 개념과 그 인정의 폭을 두고 여러 진영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형국이다.

우선 지상파 진영은 OTT를 하나의 대안 플랫폼으로 구성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특히 KBS의 경우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직접수신률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시청권 보장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인 K-뷰가 일시적으로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OSP(오픈스마트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KBS가 추진하는 OSP는 TV에 셋톱박스를 연결해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송수신이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OTT 서비스다.

   
 

이미 KBS는 7월 10일 지식경제부와 EBS 등과 함께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 ‘상생협력 정보공유 포럼’에서 지상파 OSP(오픈 스마트 플랫폼) 서비스의 향후 일정을 공개한 바 있다. 동시에 KBS는 스마트 미디어 분야인 N-스크린에 있어서도 MBC-SBS 합작회사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자사가 추진중인 OSP에 MBC와 SBS의 계열 PP 채널을 제공받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상을 제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바탕으로 KBS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셋톱박스를 통해 지상파 계열 PP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지상파 5개 채널은 직접수신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꼭 닮아있으며, K-뷰가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한 반면 OSP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KBS가 OSP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더욱 힘을 받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 업계도 OTT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CJ 헬로비전은 셋톱박스 기반 OTT 서비스를 미래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자사 N-스크린 서비스인 ‘티빙’의 동력도 함께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현재 N-스크린 분야에서 지상파연합플랫폼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KT 스카이라이프의 성장세가 엄청난 만큼, 열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케이블 업체인 CJ가 OTT 셋톱박스를 활용한 사업을 현실화시키면 가입자들은 케이블 방송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유료방송을 시청할 수 있으며 동시에 낮은 케이블 디지털 전환에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업의 변수로 클리어쾀 TV를 들기도 한다. 내장형 클리어쾀 TV는 별도의 셋톱박스가 없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꾸어 제공하기 때문에 그 질은 떨어지지만 케이블 디지털 전환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확실한 만큼, 만약 클리어쾀 TV가 방통위의 말대로 내년에 상용화되고, OTT 케이블 서비스도 본사업 궤도에 오르게 되면 일관성 없는 미디어 정책이 되어버릴것이라는 우려다. 물론 미디어 투트책 전략으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누릴수 있을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DCS 분쟁에서 DCS가 새로운 방통융합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KT 스카이라이프의 주장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케이블 업체가 OTT의 광범위한 서비스 범위에서 똑같은 논란에 휩쌓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CJ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방통위 관계자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OTT 서비스는 주파수가 아닌 IP를 이용한 서비스”라며 “현재 케이블 사업자의 셋톱박스 기반 OTT 서비스와 관련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이 아닌 부가통신서비스에 해당될 것 같다”며 “서비스 안에 어떤 콘텐츠가 들었는지에 따라 신고가 될지 허가가 될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여기서 대부분의 쟁점은 ‘OTT 서비스를 기존 미디어의 범주에 포함시키며 어느 위치에 대입하는가’에 몰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OTT 서비스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우선 미국의 경우 OTT를 다채널 방송사업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지만 OTT를 다채널 방송 서비스의 한 종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별도의 부가 서비스로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KBS가 K-뷰에서 OSP, 즉 OTT로 방향을 선회한 것과 맞물려 국내에도 그 패러다임을 논할 때 가장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어 캐나다에서는 OTT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으며, 이어 영국은 최근 프라이버시 보호에 따른 인터넷 콘텐츠 규제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자율규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경우 콘텐츠 제작 등에 관련해 아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OTT 사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DCS 논쟁에 있어 KT 스카이라이프의 서비스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서는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사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정의가 없음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반대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OTT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또다른 정의가 필요해진듯 하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인 OTT에 대한 방통위의 확실한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IPTV 법’같은 명문화된 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