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P, IPTV의 품으로

MPP, IPTV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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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이 일제히 IPTV의 우산속으로 자청해 들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까지 ‘온리 케이블’을 고수하며 MSO에만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MPP들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IPTV 플랫폼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현실적인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CJ E&M에 이어 MPP 업계 2위인 태광그룹 티브로드 계열 티캐스트가 이달부터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을 맺고 IPTV인 B tv에 2개 채널을 공급한다고 전했다. 케이블 SO에만 콘텐츠를 주던 티캐스트가 IPTV와 채널 계약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티캐스트는 SK브로드밴드뿐 아니라 IPTV 1위 사업자인 KT에도 3개 채널을 공급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이에 앞서 6개 채널을 가진 씨앤앰 계열의 CU미디어도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을 맺고 자사의 채널을 IPTV 플랫폼을 통해 송출하고 있다. 그런 관계로 CJ미디어 시절이던 2011년부터 IPTV에 채널을 제공한 MPP 업계 1위 CJ E&M까지 합치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MPP가 IPTV에 채널을 공급하는 셈이다. 현재 MPP 가운데 IPTV와 계약하지 않은 곳은 3개 채널을 운영하는 현대미디어가 유일하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MPP의 ‘IPTV 러쉬’에 대해 “IPTV 가입자가 700만을 돌파한 이상, MPP도 나름의 활로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MPP들 입장에서 마냥 케이블 MSO만 바라보고 사업을 운영하기에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IPTV 가입자는 출범 4년여만에 7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늘었으며 IPTV 가입자는 케이블 전체 가입자 1,490만 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PP의 주 수익원은 수신료와 광고수익인 만큼 이제 IPTV는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으로 부상한 격이다.

그러나 MPP와 IPTV의 어색한 동거에도 불안요소는 많다. 우선 기존 PP와 SO의 관계설정에서 오는 신뢰의 문제다. 지금까지 PP는 SO에만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고, SO는 PP에게 번호가 낮은 황금채널을 배정하는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불문율이 MPP의 IPTV 참여로 인해 깨질 위험에 처한 부분은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다. 또 CJ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PP와 SO가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SO의 경쟁자인 IPTV에 PP들이 나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미묘한 대목이다.

지난 2008년 8월 26일부터 시작된 IPTV 콘텐츠 사업자 신고 당시 MPP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원 소스 멀티유즈’ 차원에서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생존전략인 MPP들이 IPTV에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 이유야 확실했다. PP-SO의 전략적 관계를 PP 스스로 무너트릴 이유가 없는데다가 IPTV의 사업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PTV는 출범직후 다시보기 VOD 서비스 외에는 별 다른 경쟁력이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PP 관계자는 “IPTV 가입자가 800만이 되어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물론 케이블과 같이 IPTV도 특별법의 한계에 발목이 잡혀있긴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가입자 공략에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과 스마트’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며 IPTV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심지어 KT로 대표되는 ‘위성-망-선’의 복합 서비스 제공과 DCS와 같은 이종 서비스의 등장은 IPTV의 앞 날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여기에 2008년 당시 MPP들이 우려했던 IPTV의 지상파 방송 콘텐츠 탑재가 제대로 안착한 부분과 매출 기반의 수신료 논의가 끊임없이 나오는 부분도 일종의 호기로 보인다. 막강한 플랫폼을 원하는 MPP로서는 현재 상황에서 IPTV의 거대한 우산에 자처해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