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김장겸‧안광한 불구속 처분 유감”
[방송기술저널 이진범 기자] 안광한 전 MBC 사장, 김장겸 전 MBC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안광한 전 사장과 김장겸 전 사장, 권재홍 전 부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등 MBC 전직 경영진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월 11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2012년 총파업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 노조) 조합원들을 보도 및 방송 제작 부서에서 배제하기 위해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신설하고, 조합원 37명을 이곳으로 전보하는 등 노조 활동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부당 전보와 함께 보직 부장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조합원들을 승진에서 누락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노조를 지배하기 위해 조합원 부당전보와 노조 탈퇴 종용, 조합원 승진 배제 등의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먼저 안 전 사장과 2014년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김장겸 전 사장이 조합원이던 보도국 부장 3명에게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조치 하겠다”며 압박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결과 부장 2명은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노조를 탈퇴했으며, 끝까지 노조 탈퇴를 거부한 TV 파트 부장은 라디오뉴스팀 팀원으로 강등됐다.
김 전 사장과 권재홍‧백종문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승진 대상자 선정 심사에서 2012년 총파업 당시 노조의 부탁으로 탄원서를 썼거나 사측을 비판한 글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5명을 승진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소수 노조원을 상대로 단발성 인사 불이익을 주거나 금품을 동원한 개입 등이 대부분이지만 이 사건은 경영진이 수년간 조합원을 상대로 조직 개편과 인사권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검찰은 함께 송치됐던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과 박용국 전 미술부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최 전 기획본부장은 안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아 센터 설립을 위한 조직 개편 작업에만 참여했고, 박 전 부장은 경영진 지시를 따르기는 했으나 그 정도가 약하다며 각각 혐의 없음과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언론 자유를 내팽개치고 공영방송을 권력에 갖다 바친 악질 범죄자들이 뒤늦게나마 사법적 심판대에 서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며 입장을 밝힌 뒤 △불구속 수사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무혐의 처분 등에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MBC 노조는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은 수사 기간 내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과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며 “그런데도 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는 ‘자기 죄에 대한 증거 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는데 김 전 사장은 직원에게 자기 범죄에 관한 증거 인멸을 하도록 교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기획본부장에 대해서도 “최기화가 당시 회사의 주요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 최고위급 간부인 기획국장으로 재직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며 묵과하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MBC 노조 관계자는 “오늘 검찰의 조치로 지난 7년에 걸친 ‘MBC 파괴’에 대한 법적인 단죄가 시작됐다”며 “검찰은 이들 뿐 아니라 MBC 파괴의 원흉인 김재철 전 사장과 전영배, 윤길용, 이진숙, 이우용 등 국정원의 MBC 장악 공범들을 철저히 수사해 반드시 법정에 세워 공정방송 파괴와 방송 독립성 훼손,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의 전모를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