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로 87일째를 맞은 MBC 파업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MBC 사측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노조 집행부 16명의 개인재산을 상대로 낸 가압류 신청이 일부 인용 결정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2일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강지웅 사무처장(각 1억2500만원), 김인한 박미나 부위원장, 장재훈 국장(각 7500만원), 채창수 김정근 국장(각 3000만원) 등에 대한 부동산(주택)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MBC노조 계좌(22억6000만원)와 이용마 홍보국장의 급여 및 퇴직금(1억2500만원) 등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인용됐다. 다만 법원은 다른 집행부에 대한 급여와 퇴직금 가압류 신청은 기각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은 해고도 모자라 MBC 가족 모두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며 “가정살림까지 파탄내려는 사측의 가압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현 정부의 총체적인 언론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일반적으로 ‘가압류’ 노사 갈등이 극심한 사업장에서도 가장 악랄한 노조 탄압 행위로 지탄받는 행위인데 공영 방송사에서 생각할 수도 없는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통상적인 다른 사건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기계적 판결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법원이 MBC 사측의 고소고발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C 사측이 파업 직후부터 연이어 노조 쪽에 고소고발을 걸며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데 법원이 이번 가압류 신청을 인용하면서 사측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측이 ‘공정방송 사수’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있는 파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구성원에게 거액의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선 이처럼 불순한 의도로 제기된 가압류에 대해서는 단순히 가압류 문제로만 풀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MBC 사측은 가압류 이외에도 저작권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노조를 고소했으며, 노조 역시 김재철 사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해 MBC 파업 사태는 총선 이후 더욱 꼬여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