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무제한 요금제, 주파수 정책의 근간을 흔든다

LTE 무제한 요금제, 주파수 정책의 근간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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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KT와 SK텔레콤마저 경쟁적으로 LTE 요금제를 도입하고 나섰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LTE 요금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가입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데이터 트래픽을 이유로 LTE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갑작스럽게 ‘무제한 카드’를 들고 나온 통신사의 정책 결정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무제한 요금제’가 사실상 무제한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통신사들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위한 포석을 위해 요금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각 사의 요금제 모두 10만 원을 상회하는 고가인데다 웬만한 헤비유저가 아닌 경우 대부분 제대로 소진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LG유플러스가 기습적으로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한 직후 KT가 연이어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다음날인 토요일에 SK텔레콤이 부랴부랴 똑같은 요금제를 출시한 것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린 순차적 영업정지가 무제한 요금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차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LG유플러스가 1월 30일 영업정지가 끝나고 31일부터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때문에 LG유플러스는 그 틈을 노려 무제한 카드를 활용해 LTE 가입자를 흡수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3G 시절 ‘무제한 요금제’에 익숙한 가입자들에게 큰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신사의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이 차기 정부의 주파수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오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이어져 눈길을 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1월 27일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바람직한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통신사들의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두고 “지금 시점에서 통신사들이 트래픽 폭증을 일으킬 것이 뻔한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한 저의는 명백하다”며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해 트래픽 폭증을 유발시키고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차기 정부의 주파수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다. 최근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방송용 필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대부분 통신에 할당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한 바 있었고, 박 당선인도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통해 대부분의 성장 동력을 산업 발전에 ‘올인’한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해당 주파수를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보다는 통신 재벌에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는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데이터 트래픽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이미 확보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1.8/2.1/2.6GHz 대역 주파수와 함께 지상파 방송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할당을 주장하는 700MHz 대역 주파수도 통신 재벌이 가져갈 근거가 생긴다. 이것이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는 통신사의 장기적인 전략인 셈이다.

통신사는 3G 시절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제한 요금제를 남발하며 자원의 성격인 주파수를 마구 낭비해 결국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대대적인 ‘블랙아웃’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체 그저 추가 주파수의 할당을 요구하며 방통위를 압박했고, 결국 방통위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세워 통신사에 대대적인 주파수 자원을 밀어주는 방안을 세우는 동시에 미디어 공공성의 보루인 700MHz 대역 주파수도 일정 부분 통신사에 할당하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ABU 총회가 채택한 서울 선언문 및 기타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해소 용도를 위한 주파수 할당주장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기 시작하자 통신사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들고 나와 자신들이 트래픽 폭증을 자처하는 동시에 더 많은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한 근거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