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지 5개월 만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청문회가 개최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화재 발생에 대한 책임 보다 증인 참석 여부와 채용비리 관련 질의 등에 집중하면서 청문회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월 17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KT 청문회는 시작부터 삐걱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김성태 한국당 간사는 청문회 시작 전 노웅래 과방위원장에게 청문회 연기를 요청했다. 한국당 측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의 불출석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이번 청문회는 황창규 KT 회장의 부실하고 무책임한 답변에서 비롯됐고, 부실 경영에 따른 화재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자리”라며 “유 장관 출석 여부는 부수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화재 이후 5개월이 지난 오늘에야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한국당은 정회를 요청했고, 한 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에야 겨우 시작됐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KT가 소방청의 조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협력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화재 조사 일지를 보면 자료 수집은 물론 현장 조사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방청이 자료를 요청했을 때 본사 승인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KT가 화재 조사를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방해했는데 이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나오기로 했던 KT 하청업체 직원이 불출석 한 것 역시 KT의 외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하청업체에 보낸 공문을 보면 의원들이 요구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응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며 “청문회를 방해하는 처사로 과방위 차원에서 법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황창규 KT 회장은 “공문은 일방적인 안내였고, 참고인에 관해서도 저희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은 황 회장을 향해서도 거센 질문 공세를 펼쳤다. 특히 황 회장의 정관계 경영고문 위촉과 수십억 원의 자문료 지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황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퇴역장성 등 14명의 경영고문을 위촉해 자문료 명목으로 20억 원 가까이 지급했다”면서 이들이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정부 사업 수주 등 현안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회장은 “경영고문에 대해서는 부문장이 다 결정하기 때문에 고액 자문료를 지급했는지 몰랐다”며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한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또 황제경영 의혹도 제기됐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횡 회장이 취임 이후 6년 동안 경영성과 명목으로 연봉 포함 120억 원은 챙겼는데 대부분 인건비 절감을 통한 성과였다”면서 지난해 지급받은 성과급 3억 원을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도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판정을 받고 그에 대한 성과급을 받았다고 하니 국민 대표로 이 자리에서 묻고 싶다”며 황 회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황 회장은 “개인적인 사안이기도 하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채용비리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종훈 민주노동당 의원은 “황 회장이 경영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있어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 딸의 채용 문제를 언급했다. 채용비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계속되자 황 회장은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도 “취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채용비리 문제가 나오자 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와 관계가 없는 질의를 삼가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해 KT 청문회를 채택할 당시 정치공세화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자고 강조했다”며 “채용비리를 따지면 여야가 자유로울 수 없기에 화재에 집중한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