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A 2010에서 엿본 지역방송의 위기와 미래

[KOBA2010 후기] KOBA 2010에서 엿본 지역방송의 위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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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일 / 제주MBC 보도팀 차장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OBA2010 행사를 둘러봤다. 행사 둘째날인 16일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행사장을 돌면서 새로운 장비와 프로그램을 살폈다. 올해 KOBA의 가장 큰 관심사는 3D였다. 대부분의 참가 업체들이 3D 관련 촬영 장비와 편집 장비를 선보였다. 지상파방송사의 경우도 3D를 중심으로 내세우며 홍보를 하고 있었다. SONY의 경우 전시 규모가 가장 컸는데, 3D 촬영장비세트를 갖추고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카메라 형태의 3D 촬영장비 세트의 가격이 최소 2억 원 정도라고 했다. 최근에 EBS가 처음으로 1세트를 구입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HDTV를 지나 이제는 3D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PANASONIC은 SONY와 달리 소형 3D 촬영장비를 소개하고 있었다. 안경을 끼고 현장에서 촬영되는 화면을 봤는데 SONY에 비하면 화질은 조금 떨어졌으나 그런대로 괜찮았다. 특히 소형에다 가격대가 3천만 원 정도여서 올해 11월 출시 이후 가격이 조금 더 내려가면 지역방송에서도 3D 다큐멘터리 제작에 도입할 수 있을 때가 올 것 같았다. 3D용 편집장비도 Final Cut Pro에서 이미 출시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지역방송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나빠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방송기술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규모가 큰 방송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방송은 더욱 더 큰 위기가 닥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특히 관심을 끈 분야는 KBS가 중심이 돼서 추진하는 융합형 TV포털인 ‘OHTV'(Open Hybrid TV)였다. 지상파방송과 인터넷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양방향 TV 서비스로 지상파로 DTV방송을 보여주면서 인터넷을 통해 편성표와 다시보기 등 시청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지상파4사가 오는 10월 실험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코리아 뷰(Korea View). 현재 HD 1개 채널의 주파수 대역을 압축해 HD 1개 채널과 SD 3개 채널, Data 채널을 방송하는 방식으로 MBC와 KBS1,2, SBS, EBS가 참여해 모두 20개의 채널을 방송할 계획이다. SD 채널에는 각 사의 자회사들인 케이블채널PP들, 예를 들어 KBS 드라마와 MBC ESPN 등이 포함된다. KBS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올 하반기 수도권에서 실험방송을 하고, 2011년 수도권 전역에 시범방송을 한 뒤 2011년 9월부터 수도권과 제주에서 먼저 본방송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SBS는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는 지상파TV 어플을 소개했는데, 아이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어플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 세 가지 사례는 지역방송을 지켜주던 보호막인 방송권역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방송을 위한 보호장치는 점점 위축되는 가운데 서울의 지상파방송은 자신들의 생존과 세 확장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만간 모바일 IPTV와 인터넷 방송 등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이어질 전망이다.
 
KOBA2010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디지털 뉴스센터의 구축은 단순히 뉴스의 생산과 송출을 위해 새로운 장비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의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핵심은 뉴스의 디지털화다. 아날로그는 우리가 만든 뉴스를 보내주면 시청자는 앉아서 보는 일방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디지털은 쌍방향, 소통을 핵심으로 한다. 결국 뉴스센터의 디지털화는 그동안 몸에 밴 일방적인 뉴스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이 병행돼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기술팀이 어떤 장비와 프로그램을 도입할지를 고민하는 게 과제라면 보도팀은 과거와 다른 뉴스 생산방식을 어떻게 갖출 지를 고민하고 이를 위한 장비와 프로그램 도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방송장비와 기술의 도입으로 방송권역이 무너지고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역방송의 활로를 어떻게 찾느냐다. 핵심은 콘텐츠다. 짧은 소견으로 이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풀었으면 한다. 방송콘텐츠의 locality와 glocalization이 그것이다. 로컬리티는 철저하게 지역성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방송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이자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로컬리티는 보도에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 새로운 방송환경에 맞게 주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보도의 내용과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지역의 것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범용될 수 있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 생산에 있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또 그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노력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