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UHD 방송에서 찾는다 ...

[KOBA 2016] 차세대 먹거리, UHD 방송에서 찾는다
“지상파 UHD 본방송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 위해선 규제 완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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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A 2016_UHD 토론회[방송기술저널 이진범 기자] 2017년 2월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앞두고 미래 지상파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UHD 방송은 차세대 먹거리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면 앞으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뿐 아니라 정부와 가전 업계 등에서도 UHD 방송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5월 26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 센터 308호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과 미래 서비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지상파 UHD 방송으로 가능한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UHD TV는 고정형과 이동형 방송으로 실내뿐 아니라 이동 중에도 직접 수신이 원활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고, IP 기반으로 양방향과 맞춤형 등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지상파방송이 아닌 새로운 뉴미디어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적극 이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상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역시 이 부분에 동의를 표하며 “이전에는 시청자들이 채널 즉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바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어떠한 플랫폼을 어떻게 융합해 사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전에는 지상파방송을 중심으로 한 본방사수가 주된 시청 행태였는데 이제는 주문형 비디오(VOD) 몰아보기나 웹 드라마 등 뉴미디어를 이용한 콘텐츠 소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제 지상파가 새로운 성장이냐, 몰락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해답을 구해야 할 때”라며 “고화질의 지상파 UHD 방송을 중심으로 융합 플랫폼 전략을 세워 VOD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도 ‘일정 부분의 변화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UHD 본방송을 앞두고 EPG(Electronic Program Guide) 서비스, ESG(Enhanced Service Guide), SDDS(Software Download Data Service), MMS(Multi Mode Service), Interactive 서비스, Hybrid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행 방송 규제로는 IP 기반의 방송 신호를 활용해 위에서 언급한 부가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김 교수도 “지상파에 허락된 규제 내에선 다양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양방향 또는 맞춤형 등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지상파방송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내장형 안테나 설치 의무화 △송・중계소 허가 기준 완화 및 절차 간소화 △지상파 광고 제도 개선 △지상파 편성 규제 완화 △UHD 전환을 위한 재정적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미국식 표준인 ATSC 3.0의 최종 승인이 2017년 상반기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표준 및 방송 시스템은 그 이후에 이뤄지는 게 정상적”이라며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도입’이라는 담론 때문에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UHD 방송을 부실하게 시작하면 향후 더 큰 위험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계획에 따르면 지상파 UHD 본방송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UHD 표준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 표준화 동향 등을 고려해 올해 6월까지 지상파 UHD 방송 표준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식 ATSC 3.0의 표준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연기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표준화 이후에도 실제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용 송수신 장비는 표준화 이후 1~2년 정도가 지나야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표준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장비 간 동기화나 정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표준 방식 결정 이후 진행돼야 하는 무선설비 규칙 개정, 송수신 정합 관련 업무 역시 진행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방송 방식이 결정되면 송수신 정합 실험 검증 뒤 무선설비 규칙 제정, 무선국 검사 항목과 기준 정립 등이 단계적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2017년 2월 본방송 프로세스에 매여 동시 진행으로 이뤄지고 있어 규제 자체가 부실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가전사도 마찬가지다. 가전사에서는 신규 모델을 출시할 때 테스트만 10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만약 국내에서 미국식 표준을 택한다면 표준화 이전에 테스트를 하고 심지어 본방송까지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상파 UHD 본방송 전 문제점을 철저히 검토해 적절한 진행 순서에 따라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만큼은 4K UHD 방송으로 제작한다는 전제 하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어느 정도 늦추는 것이 적절한 지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