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AI 가이드라인 제정…인간 중심의 AI 원칙 천명 ...

KBS, AI 가이드라인 제정…인간 중심의 AI 원칙 천명
AI 활용 사실 고지의무, 타인의 권익 보호 및 초상권과 음성권 보호 규정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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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 제공: KBS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가 AI 활용 기준과 원칙을 제시한 ‘AI 가이드라인’을 제정‧배포했다고 8월 18일 밝혔다.

AI 방송 활성화에 따라 영국의 BBC와 미국의 CNN, 일본 NHK 등은 이미 자체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KBS는 지난 3월 박장범 사장이 올해를 ‘AI 방송 원년’으로 선포한 이후 네이버와의 포괄적 업무 제휴 추진 등 전방위적인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KBS는 “AI 활용의 기준과 원칙을 시급히 마련해 배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사내 T/F(위원장 김도엽 미디어연구소장)를 구성한 뒤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와 8개 직능단체 의견 수렴, KBS AI방송혁신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문과 총 8조 25항으로 구성된 KBS AI 가이드라인은 AI를 적극 활용해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AI 확대에 따른 윤리적, 법률적 위험성을 막기 위해 지켜야 할 규범들과 통제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KBS는 “타인에 대한 충실한 권익 보호를 위해 유형별로 권익 보호 규정을 두고 있으며, AI 활용 사실 고지 외에도 활용 기록 보존 원칙을 포함해 사후 검증⸱평가를 용이하게 한 점은 BBC나 CNN에도 없는 진일보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KBS의 AI 가이드라인은 서문과 제1조 등에서 AI가 ‘제작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임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할 방침을 밝히면서도 AI 활용은 어디까지 인간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며 다층적인 인간 감독과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본론에 해당되는 2~8조에서는 AI 활용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각종 규범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 2~4조에서는 AI 활용이 공영방송 KBS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법률적, 윤리적 책임이 수반됨을 유념하고 사실 확인과 검증에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콘텐츠와 대국민서비스는 해당 책임자의 최종 확인을 거친 뒤 공식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절차적 기준도 명기하고 있다.

뉴스나 시사 콘텐츠 같은 저널리즘 영역에 대해선 예능, 드라마 등 다른 제작 콘텐츠에 비해 더 엄격한 AI 활용 기준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뉴스 및 시사 콘텐츠는 취재와 기사 작성에 있어 AI 결과물을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는 ‘뉴스 기사나 사실 조사(factual research)에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BBC AI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조항으로 신뢰성이 생명인 저널리즘의 특성을 감안해 AI 활용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또 방송 제작에 AI가 활용될 경우 이런 사실을 시청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하며 필요시 그 출처까지도 표시하도록 정했으며, AI를 활용한 서비스나 콘텐츠 생산자는 그 활용 기록을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KBS는 “출처 표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활용 기록 보존 원칙을 규정한 것인데, KBS AI 가이드라인의 이런 활용 기록 보존 원칙은 다른 AI 가이드라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항으로, AI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활용하겠다는 KBS의 의지가 담겨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KBS의 AI 가이드라인은 권익보호(제6조), 초상⸱음성권(제7조), 저작권보호(제8조)를 각각 분리 규정해 권리 유형별 구체성도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및 AI 학습 데이터로의 무단 활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으며, 타인의 권익을 침해한 AI 콘텐츠는 신속하게 삭제 혹은 정정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했다. KBS는 “BBC와 CNN이 법 준수와 윤리준칙을 병렬적으로 언급한데 그쳤다면, KBS는 법률적⸱윤리적 책임을 별도 조문(제3조)으로 강조하고, 오류 발견시 정정⸱삭제⸱원인분석 등의 절차까지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정된 AI 가이드라인은 전 직원에 배포돼 제작과 실무 전반에 활용되며, 기존에 있던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 및 서비스에서의 지침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도엽 KBS미디어연구소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AI 기술 활용과 공공성 준수라는 두 가지 가치의 균형적 달성을 위해 노력했다”면서”며 “제작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부 AI 기준을 향후 마련할 계획이며 AI로 인한 권리 침해 문제 등에 대해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련 연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