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중계차 트레일러로 운송 논란…내부에선 “교체 요구 묵살” ...

KBS 중계차 트레일러로 운송 논란…내부에선 “교체 요구 묵살”
“방송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이고 책임 있는 투자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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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경주 APEC 중계방송 제작에 투입된 KBS TV 중계차가 대형 트레일러로 이동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S 내부에서는 “수년 전부터 엔진과 차체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는데도 현장 중계차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방송네트워크·방송인프라·제작기술1·2 구역은 11월 18일 성명을 통해 “중계차는 예비로 돌려 쓰는 장비가 아니라 재난 방송·국가 행사·스포츠·시사 중계 등 공영방송의 기본 기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TV 1호차 문제를 사측은 수년째 방치해 왔다”며 “이번에도 가을철 중계가 과도하게 몰리며 투입 가능한 장비가 부족해지자 결국 현장에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중계차는 스스로 운행해 중계 위치까지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KBS TV 1호차는 중계기술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상시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차량’으로 분류돼 왔다. 신규 도입 요청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사측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속 미뤘다.

KBS 관계자는 “중계차를 트레일러에 올리고 고정하는 데만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장애물‧지면 각도‧차량 높이 등을 고려해가마 반복적으로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은 제작 일정과 안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와 같은 상황을 매번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실무회의에서도 중계차 노후화는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2002년식 TV 1호차는 가장 오래된 차량으로 여러 차례 안전 문제가 지적돼 왔고, 미션 불량‧심각한 엔진오일 누유‧쇼코 업소버 터짐 등의 위험 사례가 발생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TV 1호차 트레일러 운송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라며 “공영방송의 제작 기반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점까지 밀려왔다는 명백한 신호이며, 현장의 경고를 외면하고 책임을 뒤로 미루는 박장범 사장 체제의 무책임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술인들은 그동안 열악한 중계제작 환경을 버텨왔지만, 이제는 회사가 최소한의 작업 여건마저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1호차 교체 작업 추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