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책임자로 강동구 본부장과 박민 사장 지목
“사측의 업무 몰이해가 낳은 인위적 통합과 밀실 추진” 비판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사측이 밀실‧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에 방송기술인 9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KBS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은 조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진지한 고민, 효율성 없는 단순 통폐합으로 막무가내식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KBS 방송기술인협회를 비롯한 직능단체와 노동조합은 사측이 내놓은 조직개편안에 반대를 표하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KBS 이사회도 여야 추천 이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안건 처리 일정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KBS 구성원들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국’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기술 분야다. 현재는 기술본부 아래 △기술관리국 △미디어인프라국 △방송네트워크국 △미디어기술연구소가 있고, 제작기술센터 아래 △TV기술국 △보도기술국 △중계기술국 △라디오기술국이 있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방송인프라본부 아래 ▲인프라전략국 ▲송신플랫폼국 ▲제작기술1국 ▲제작기술2국으로 조직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KBS 방송기술인협회가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KBS 방송기술인 99%가 이 조직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이유는 △효율성 검토 없는 통폐합(27.4%) △경영진의 기술 업무 이해 부족(25.9%) △일방적 밀실 추진(20.3%) △기술 조직에 대한 폄훼(17.3%) △조직 축소, 경쟁력 하락(9.1%) 순이었다.
방송기술인들은 이번 조직개편의 책임이 기술본부장과 사장에게 있다고 봤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조직개편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37.5%가 강동구 KBS 기술본부장을, 34.3%가 박민 KBS 사장을 지목했다.
KBS 이사회에서 이번 조직개편안을 가결할 경우 예상되는 미래로는 △기술 전문성 하락(29.5%) △업무 효율성 저하(23.8%) △조직 축소 및 사기 저하(20.6%) △인력 관리 문제로 행정 업무 증가(13.5%) △기술 교육 및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감소(12.6%) 등을 꼽았다.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스포츠 중계 현장에서 방송 시스템을 꾸리고 운영하던 인력들이 감성 충만한 오디오 중심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면 효율이 올라가느냐? 포스트프로덕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조직 확대를 제안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업무 몰이해가 낳은 단순 인원 통폐합으로 효율화는커녕 인력 관리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토록 많은 구성원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뭐냐”면서 “혹여나 KBS의 제작 역량을 축소시켜서 더 이상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할 수 없게끔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재원 감소와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로의 환원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아무 효용도 없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KBS 구성원은 “노조와 직능단체 모두 수신료 통합징수를 주장하고 있고 이에 앞서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방송법 일부개정안까지 대표 발의한 상황인데 재원 감소를 걱정하는 경영진이라면 당연히 수신료 통합징수를 KBS 최우선과제로 삼고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고 구성원 모두가 반대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24일 ‘직제규정 개정안’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결까지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기석 이사장은 조직개악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고 표결은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안건만 상정해 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표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가 KBS를 망치기 위해 낙하산 박민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안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거수기 역할을 자임한다면 이사회 스스로가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