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58) KBS 부사장이 차기 KBS 사장후보로 선임됐다.
KBS 이사회는 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사장에 공모한 11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길환영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사회는 1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장 후보로 선임된 길환영 현 부사장을 임명제청하며, 대통령이 이를 정식으로 임명하게 되면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에 이어 길환영 부사장이 제20대 KBS 사장으로 선임된다.
길 후보자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공채 8기로 KBS에 입사했다. 이후 파리 주재 PD 특파원과 대전방송 총국장 등을 거쳐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 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9월부터 부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진통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길 후보자에 대한 KBS 노동조합의 문제제기다. 노조는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선임 당시 고대영 선거방송심의위원, 강동순 전 방송위원과 더불어 이길영 부사장을 ‘최대 부적격자 3인’으로 규정하고 맹렬히 반대했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현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에 앞장서고 있다는 의혹과 더불어, 콘텐츠본부장 시절 KBS 2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률 88%를 기록하는 등 내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장직에 공모하면서 부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동시에 KBS 노조의 상황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이사회 야당 이사들이 사장 면접에 전격적으로 합류함에 따라 잠시 중단되었던 파업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있다. "사장 선임 일정을 즉각 유보하고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포함한 모든 비상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야당 이사들이 우선 이사회로 복귀한 이상, 파업 현실화 문제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듯 했으나, 이번 길 후보자의 선임으로 다시 한번 노조의 실력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김현석 KBS 2노조 위원장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하모니광장에서 열린 전국조합원 총회에서 "길환영, 고대영, 강동순 등 3적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도 모두 사장으로서 부적합하다.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인물들"이라며 "누가 되더라도 ‘부적격 사장’으로 선언하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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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길 후보자의 선임이 노조의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안으로 표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9일 이사회의 사장 후보 선임 직전, 이길영 KBS 이사장이 KBS 양대 노조위원장을 만나 ‘국장추천제를 여야 이사들에게 제안해 보겠다’고 말하고, 이 제안이 격론 끝에 여야 이사 양측이 받아들여진바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노조는 파업을 잠시 유보했으며 야당 이사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조가 길 후보의 선임으로 인해 닥칠 파국에 잠시 숨을 고르고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KBS 사장은 임기 3년이며, 앞으로 길 후보가 정식으로 사장에 취임하게 되면 방송의 공정성·공영성 확보와 내부통합, 수신료 현실화 및 뉴미디어 활성화, 디지털 전환 작업 등의 과제를 풀어나가게 된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경우 정부의 노골적인 유료 방송 플랫폼 지원으로 인한 무료 보편의 지상파 플랫폼 붕괴 현상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하게 받아들여 지고 있으며 수신료 현실화 문제도 김인규 사장의 연임을 불가능하게 만든 핵심 현안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차기 KBS 사장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