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선임 문제 ‘파열음’

KBS 사장 선임 문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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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선임을 둘러싼 내홍이 심해지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 23일 만료됨에 따라 이사회가 오는 18-24일 사장 후보를 공모한다는 계획을 세운 가운데 KBS 양대노조는 물론,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도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사장 선임은 12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주도 워크숍과 17일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내부 논의를 거쳐 늦어도 11월 초에는 이사회가 면접을 마치고 선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현재 KBS 사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력후보들이 공영방송의 사장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광범위한 인식 때문이다.

 

   
 

우선 KBS 내부 노조의 반발이다. K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11일 공동 성명을 내고 “KBS를 구악의 검투장으로 만들 셈인가”라며 “또다시 3년 전처럼 낙하산의 재림을 꿈꾸는 것은 부질없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차기 사장을 노린다는 인물들의 면면은 KBS 구성원들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린다”며 “하마평에 오르는 거의 모든 인물들에게서 저널리스트의 자존심보다는 마지막 정권의 단물을 빨아먹겠다는 의지만이 읽힌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양대노조는 김인규 사장에 대해 "그의 평가는 이제 끝났다"라며 "지난 3년, KBS는 끊임없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고 그가 임명한 주요 본부장은 줄줄이 구성원들의 기록적인 불신임을 받았다. 취임 당시 그는 큰 소리 떵떵거렸지만 임기 말 그의 성적표는 기록적인 차입금과 수신료 현실화 실패, 불공정 방송, 최악의 막장 인사라는 평가만이 유효할 뿐”이라고 혹평했다. 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남겼다.

여기에 차기 KBS 사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는 홍성규 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당 추천을 통해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내고 있고, 부위원장으로서 현 9기 KBS 이사회에 대한 인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비리 이사장 이길영을 KBS로 보낸 당사자이기도 하다”면서 “KBS의 상위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부위원장이었던 사람이 KBS 사장이 되려고 하는 것은 희대의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도 가세했다. 배 의원은 11일 성명을 내고 "19대 국회는 본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공영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여러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는 전제하에 "(사장 선임은) 국회에서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가장 시급하게 숙의에 들어가야 한다. 여야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까지 발의해 놓은 상태에서 차기 사장 선임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KBS 이사회의 올바른 판단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전언과 함께 이길영 현 KBS 이사장을 정조준했다. 배 의원은  "이길영 이사장은 군사독재정권에 부역한 대표적인 언론인이다. 대구방송 사장 시절에는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편파보도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때에는 특정 정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과 인수위원장을 맡는 등 사실상 정당인이기도 하다"고 비판하며 "임명과정은 어떤가.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력위조 사실이 수도 없이 밝혀졌다. 국회에 출석해 “학력위조 사실이 밝혀지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놓고, 지금은 “지인들의 실수” “직원들의 실수”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잔뜩 날을 세웠다.

배 의원의 성명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현재의 KBS 이사회가 이길영 이사장이 존재하는한 정상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더욱 심사숙고해야 하는 KBS 사장 선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여러 개정 법률안들이 발의된 현재의 국회 상황을 고려하여, 사장 선임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방송사 사장 증인 불출석 등으로 촉발된 문방위 국정감사 파행이 KBS 사장 선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방위 야당 의원들의 ‘국감 보이콧’이 방송사 사장의 ‘국회 무시’에서 기인한 만큼 KBS의 최고의결기구인 KBS 이사회가 문방위 국감 결과를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여론의 추이를 민감하게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문방위 국감 보이콧이 방송사 사장들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더욱 키우게 되면, 사장 선임을 서두르는 KBS의 내부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