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둘러싼 새로운 국제 조약 제정을 놓고 회원국들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대표 국제기구인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지난 3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WCIT에선 전통적으로 담당해왔던 전기통신 분야 외에 인터넷을 둘러싼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캐나다를 주축으로 하는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중국 등이 충돌하고 있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번 WCIT에서는 전 세계 193개 국가 정부 규제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만큼 1988년 제정된 국제전기통신규칙(ITRs)을 인터넷과 모바일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개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 종반인 지난 7일(현지시각) 새로운 국제 조약의 범위를 유선과 이통통신 등 전통적인 통신 회사들에 국한하고, 구글과 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제외하자는 미국과 캐나다의 제안을 다른 나라 대표들이 거부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아랍‧아프리카 다수 국가들이 인터넷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 조약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협상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들 국가가 내놓은 개정안은 ITU에 인터넷을 관장하는 권한을 주고, 각국 정부에도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검열과 감시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국제 조약의 범위에서 제외하자는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과 상반된 의견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합의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ITU는 일반적으로 합의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왔지만 참가국들 간의 이 같은 의견대립 때문에 표결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로이터 등 외신들은 “양측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결국 표 대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의 의견이 소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