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 Instant Policy & Temporary Vision ?
MBC 뉴미디어기획센터 이 상 술
IPTV로 뜨거웠던 2008년 한해도 저물고, 이제 새해가 밝은지도 한 달이 지났다. IPTV 사행령, IPTV 출범, 지상파 재송신 등의 핫이슈들로, 방송, 통신, 심지어 정부까지 IPTV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지난 한해였다. 하지만, IPTV의 출발은 그리 매끄러워 보이지 않는다. 가입자의 증가폭이 예상 밖으로 저조한 점을 들어 벌써 IPTV의 활성화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출범한지, 채 1년이 지나지도 않은 마당에 IPTV의 문제점을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급한 판단인가를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IPTV 출범 전부터 우려하여 왔던 점들이 많았음을 기억한다면, 조심스러운 분석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검토가 IPTV의 활성화를 위한 환경 변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기본원칙의 부재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데는 거쳐야하는 단계가 있다. 기술의 표준화, 관련 제도 법제화, 시범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 다져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IPTV는 어떠했는가? 아직도 기술표준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기술 표준을 정한다는 것은 바로 중복투자의 위험성을 안고 사업을 시행하거나, 기술표준의 제정이 합리적인 방향이 아니라 기존의 투자 내용에 이끌려 졸속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업체가 이러한 위험성을 안고 사업을 시작할 만큼, IPTV를 통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의 일자리 창출, 산업 부가가치 창조라는 공익적 역할을 염두에 둔 것일까? 전폭적인 방통위의 지지속에 IPTV가 출범하였다고 생각하지만, 통신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지를 온전한 지지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공익적 책무로 느끼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기술표준의 부재는 바로 기본기의 부재로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 재송신이후에 지상파들은 즉각 IPTV의 화질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누가 돈을 내고 이러한 방송화질을 보겠느냐는 등의 불만은 곧바로 화질개선으로 어느 정도 이어졌지만, 가입자가 증가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의 가능성에 대해 어느 누가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지상파의 데이터방송 호환문제, 나아가 지상파 재송신 관련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느 하나 표준이 정해진 것이 없어서, 지상파와 통신사간의 재송신 협상에 있어 많은 진통을 겪었다. 이러한 사후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본원칙에 따라 일이 진행되지 않았음에 따른 부작용이다.
IPTV 전략의 부재
지상파 재송신이 안 되면 IPTV 사업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던 통신업체들은 이제 고스란히 IPTV 서비스의 활성화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하는 상황이다. 재송신 그 자체만으로도 디지털 케이블에 뒤지지 않는 기본 요건임과 동시에 VOD를 통한 차별화 요건도 갖추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IPTV의 활성화 요건이 충족이 된 것일까? IPTV의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움직여야한다. 궁극적인 IPTV의 환경은 유무선이 결합된 유비쿼터스 환경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선의 역할을 담당할 IPTV의 차별화 전략은 IPTV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선과 홈네트워크와 연계되는 차별화 서비스가 필요하다. 현재의 IPTV 사업자는 유·무선 사업을 모두 실시하고 있는 거대 통신사업자이므로 이에 대해 자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외부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무선시장에는 이미 개방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글, 애플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그들이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이 국내에서 활성화 된다면, 국내의 홈네트워크, 유비쿼터스가 온전히 정부가 말하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를 매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필자는 IPTV의 경쟁 상대로 디지털 케이블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미 미디어 시장의 경쟁구도에 매체간의 벽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단지 새로 시작하는 IPTV는, 반드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웹의 환경과 이것이 무선 통신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변화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전략은 전술과 다르다. 전술은 전투를 이기기 위한 것이지만, 전략은 전쟁을 이기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한다. 디지털 케이블과의 경쟁은 단지 유선방송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디어 시장에서의 IPTV 전략은 무엇인지 물어 보고 싶다! 그런데 이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IPTV를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게 물어 봐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직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통신사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인가?
웹2.0의 환경이 발전하고, 관련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된다면, 웹과 방송이 결합한 인터넷TV가 폐쇄적인 IPTV를 능가하리란 상상을 누구나 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이러한 기반이 외국에서 활성화가 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신 성장 동력으로의 IPTV는 국내용으로 전락할 것이며, 글로벌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그들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다 잡는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화를 부른다는 뜻으로 인용되는 말로, IPTV와 연계된 결합상품에 대한 우려로 이 사자성어가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디지털케이블과의 유선방송시장 경쟁을 위해서 통신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통신 결합 서비스 판매를 통한 가격인하일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디지털케이블 또한 가격인하의 출혈 경쟁 양상이 지속 될 것이다. 궁극에는 어느 한쪽이 독보적인 시장장악이 이루어 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 싸움일 것이다. 물론 소비자가 혜택을 보리라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떤 식으로든 1차적인 손실을 우회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 고리의 결과는 정부가 말하는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며, 결국 타사업자에 의한 어부지리의 형태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연못의 물고기를 한꺼번에 잡기 보다는 연못의 물고기 수와 크기를 늘리기 위해 고민해야할 것이다.
규제완화 방향설정 오류
신규매체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조치로 규제 완화 정책을 사용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라는 것이 단일 매체에 적용되는지, 타 매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충분히 검토한 후, 시행되어야 한다. 신규매체에는 동등한 경쟁 환경이 주어지도록 하면 되는 것이지,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형태라든지, 연관성이 없는 내용의 규제 완화가 이루어진다면, 전체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규제완화의 방향설정이 중요한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법관련 주요 쟁점인 대기업의 종합편성 진출,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의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IPTV 시행령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PTV의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는 규제완화의 정책이 엉뚱하게도 종합편성PP로의 대기업 진출 완화라는 규제 완화정책으로 이어졌다. 종합편성PP의 규제완화와 IPTV 활성화의 연관성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해 보아야 하겠지만, 국부적인 연관성만으로 IPTV 규제완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대기업의 종합편성PP 진출허용”이 부상한데 대해 의아한 점이 많다. 이런 애매한 규제완화의 방향 설정은 결국, 전체 방송시장의 큰 질서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규제 방향설정의 중요성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IPTV 활성화를 위해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필자는 아직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IPTV의 신규 부가서비스의 핵심은 콘텐츠와 연관된 부가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상파가 아닌 종합편성만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러한 역할을 위해 대기업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인지는 IPTV 관련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검토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헌데 아무런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없이 막연히 종합편성PP라는 채널과 대기업의 진출 허용간의 연관성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IPTV만의 특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IPTV를 매개로 대기업의 종합편성PP의 시장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의문가는 것이었지만, 이후 일어난 일련의 연속적인 입법안을 보면 그 해답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방송법 시행령을 통해 방송 전반으로의 대기업 진출이 열리는 구도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방통융합이라는 구실로 방송전반의 규제완화라는 터무니없는 논리가 전개된 것이다. 결국 IPTV는 대기업, 신문의 방송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에 IPTV를 신 성장 동력으로 이끌 심오한 정책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당연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히려 지상파 재송신과 더불어 지상파가 가진 과도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부가서비스 창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T-Commerce를 위한 간접광고 규제 철폐, 중간 광고 및 데이터방송 규제 완화 등, IPTV가 가진 양방향성을 이용하여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과감한 규제의 완화가 오히려 IPTV를 신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지름길일 것이다.
IPTV = Immnese Power TV가 되길 바라며
유료방송시장은 케이블의 독점적인 지배형태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는 케이블의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경쟁체제로의 전환은 상식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신규 진입자로서의 IPTV는 기존의 시장잠식에만 열중한 과도한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방통융합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에 맞는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유료방송 시장의 발전을 위해 옳은 일일 것이다. 미디어의 경쟁 구도에서의 핵심적인 전략은 “사용자의 시간 뺏기 경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다 넓은 시각에서 IPTV 전략은 만들어져야 하고, 콘텐츠 제공사업자와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이루어져야만, 정부가 말하는 신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Contents, Service, Device의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어울려지고, 유선·무선이 통합되는 Cross-Platform으로서의 전략만이 IPTV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한다. Instant Policy Temporary Vision이 아닌 Immense Power TV로의 IPTV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주관 기관, 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 플랫폼사업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