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TV 방송전환의 과제
김광호(서울산업대학교 교수)
이미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TV로의 전환은 국내에서도 2001년 말 방송 3사가 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지상파TV의 본 방송을 통해 시작되었다. 정보통신부는 장기적으로 2005년 12월까지 시·군 소재 지역 방송국까지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고, 2010년께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디지털방송전환의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디지털방송의 추진정책 중의 하나는 HDTV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즉 디지털방송의 화질은 현재까지 지상파 전송을 통해 구현 가능한 가장 고화질의 화면으로 35mm 영화의 화질에 근접한 화질을 구현하는 HDTV로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국내에서 HDTV는 2001년 10월 26일 서울에서 시작한 이래, 2005년 현재 도입 4년째를 맞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당초 올해 HDTV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주당 20시간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제작여건을 고려하여 주당 13시간으로 한정하였으며 향후 디지털전환 추이를 고려하여 그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HDTV의 고화질․고음질은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 전환을 위해 전환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방송사, 시청자에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HDTV 전환비용은 방송사에게는 프로그램 제작과 제작시스템의 전환관련비용이 주를 이루고, 시청자들에게는 아날로그TV단말기를 HDTV단말기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송사에게는 프로그램의 제작 단가가 현재의 아날로그 프로그램에 비해서 고비용을 요구한다. 실제로 디지털 방송프로그램 제작비용은 대략 매출원가의 최소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방송가에서는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 40% 이상의 제작비용 증가가 예상됨으로 이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아울러서 HDTV를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의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보급률이 낮아서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제작비는 증가하지만 HDTV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해서 광고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작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다. 또한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 제작 장비나 설비 및 송․중계시설 등을 디지털체제로 전환해야 하고, 인력 역시 디지털방송에 부합되도록 재교육하거나 신규인력을 충원해야 하므로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지상파 디지털TV는 투자대비 수익구조에 있어서는 고품질화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고기능의 쌍방향의 서비스도 장기적으로 마케팅이나 상품판매 등에 적절한 모델을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재는 리턴패스망의 한계와 함께 인터넷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방송사업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적절한 서비스 모델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디지털 TV로의 전환과정에서 이를 수신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신기를 구입할 때 일정한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고화질 ․고음질의 다양한 디지털 방송서비스는 모든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서비스되는 것이 아니라 가시청권 내에서 일정한 경제적 여건과 수신설비를 갖춘 수신자층부터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혹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일부 사람들은 디지털 TV 이용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방송사에겐 HDTV 프로그램의 제작 비율을 정해주고 가전사에게 의무적으로 디지털 튜너를 부착해야 한다는 스케줄을 명시함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해결책도 제시되지만 디지털 튜너의 의무적 장착이 결과적으로 디지털 수신기의 가격을 올림으로서 소비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극복하고 HDTV수신기를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구입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결국, 방송사가 디지털전환 일정에 따라 HDTV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할 입장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장의 성장단계에 따른 적절한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방송사의 성장과 시청자의 복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HDTV사업의 주체가 되는 지상파방송사들이 디지털전환 일정에 맞추어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면, 재정적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이는 방송프로그램 질의 총체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생기게 된다. 즉 지금까지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적 동질성을 제공하였던 양질의 공익적 서비스 보다는 흥미위주의 상업적인 프로그램들만이 더 많은 생존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디지털TV가 제공하는 고품질의 서비스와 상호작용적 서비스는 분명 매력적인 서비스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상파 디지털TV가 시장에서 다른 미디어와 경쟁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디지털방송 서비스의 확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과 HD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새로운 디지털 다채널 서비스(디지털 위성, 디지털 케이블, IPTV, TV포털, DMB 등)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는 지상파 방송사의 투자비용은 증가하지만 수익은 오히려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 양질의 콘텐츠 역량을 강화를 통해 원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환일정에 맞추어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질 좋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방송 전환일정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06년까지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방송을 앞두고 제시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여러 자구책을 포함한 지원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될 시점이다.
아울러서 시청자들이 HDTV 방송 수신 및 수상기 등의 가격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소득수준, 주거형태 등을 포함하여 디지털방송에 대한 전국민적 접근권의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방송 전환의 성공여부는 시청자의 디지털채택에 달려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시청자의 채택여부는 고화질프로그램의 숫자보다는 수상기의 가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디지털TV 수신기의 보급 확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서 지속적으로 수상기 가격을 인하하려는 노력과 아울러 기능은 우수하되 가격이 싼 DTV 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하며 더 나아가서 정부도 기존 아날로그TV에서도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보급형 셋톱박스를 개발해 이를 보급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서 전파의 수신환경의 개선노력과 아울러 앞으로 이미 전체TV 가구의 73%인 1300만 가구가 가입되어 있는 케이블이나 위성 같은 다채널 매체를 통해 지상파를 재전송하는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시청자의 편익을 향상시킬 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체적으로 디지털지상파방송의 재원 조달과 타매체와의 관계, 디지털 전환 재원 확보 방안, 디지털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수급, 디지털 수신기의 빠른보급 , 각 방송사의 수익모델의 수립 등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디지털방송을 추진해 나갈 때 비로소 시청자 복지의 증진과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디지털방송 정책의 명분 역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