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EBS가 다채널 방송(MMS)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EBS는 2월 11일 오후 3시 서울 도곡동 EBS 본사에서 개국식을 갖고 EBS2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운영되는 EBS는 그동안 유료방송으로만 볼 수 있었던 EBS플러스1, 플러스2, 잉글리시 채널의 초‧중등 교육 콘텐츠와 영어 학습 콘텐츠를 대거 편성해 무료 교육 콘텐츠 확대에 중점을 뒀다.
EBS2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나 10-2 채널로 시청할 수 있다. 다만 지상파 직접수신가구나 아파트와 같이 공동주택에서 공시청 형태로 지상파를 보는 가구에 한정되며, 유료방송 가입자는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는 ‘EBS 2TV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EBS2 개국을 두고 ‘시청자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시청자 복지를 위해 출범한 방송 서비스를 정작 시청자들은 시청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EBS 노조는 “케이블 SO가 EBS2 채널 재송신을 고의로 차단하고 있어 케이블 가입자들은 EBS2 채널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며 “방송법 제85조는 ‘부당하게 다른 방송 사업자 등의 방송 시청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기에 엄연한 불법”이라고 지적한 뒤 “시청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불법적인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관리감독의 책임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 MMS에 대한 케이블 업계의 인위적 차단 조치로 EBS2를 시청할 수 없는 가구가 무려 400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방송협회도 2월 12일 성명서를 발표해 “2월 7일 티브로드 계열 방송사인 수원방송지역(수원‧화성‧오산 방송권)에서 EBS가 MMS 시험방송을 하고 있는 10-2번을 차단한 것을 시작으로 2월 10일에는 C&M 계열의 강남방송(강남구 방송권)이 10-2번을 차단했고, EBS MMS 방송 개국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10-2번을 거의 전면 중단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케이블 업계의 재송신 중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기술적 오류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EBS2에 대해 인위적 신호 변경을 가함으로써 아날로그 케이블에서 재송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방송협회는 “케이블 업계는 기술적 오류 발생 가능성을 내세워 인위적으로 신호 변경을 하겠다고 하나 이미 수차례 실험방송을 통해 MMS의 기술 검증을 완료한 바 있고,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지상파 MMS가 안정적으로 방송되고 있어 기술적 오류를 핑계 대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케이블협회가 “EBS2는 의무재송신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케이블 TV가 시청자에 송출할 의무도, 임의로 송출할 권리도 없다”며 “EBS2 송신을 하려면 EBS와 케이블 간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EBS가 재송신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나서 EBS와 케이블 간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