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올 하반기부터 지상파 초고화질(UHD) 시범방송을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상반기 중으로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로드맵이 마련되고, 하반기에 시범방송이 실시될 것으로 알려지자 지상파 UHD 전송 방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1월 28일 개최된 제2차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2015년 하반기 수도권 시범방송을 시작으로 2016년 수도권 전역 도입, 2017년 강원권 및 광역시 도입, 2021년부터 전국 시‧군 지역으로 지상파 UHD 방송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국 어디서나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추진하되 준비 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와 2015년도 주요 업무계획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지상파 UHD 도입 시기와 소요 주파수 등을 확정해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UHD 방송과 관련한 국제 표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가 시험방송에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지난 2009년 제정된 유럽식 표준 DVB-T2으로 압축률을 높인 고효율압축코딩(HEVC)을 추가한 1단계 표준이다. DVB Project Group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147개국이 유럽식 표준인 DVB-T와 DVB-T2를 채택했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DVB-T2만을 선택한 나라는 59개국 실제 운영 중인 나라는 25개국에 이른다. 이미 폭넓게 사용 중인 전송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일각에서 미국에서 지상파 UHD 방송과 모바일 HD 방송이 가능한 새로운 표준인 ATSC3.0을 올해 말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니 국제 표준 동향을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방송기자재박람회(NAB)에서 LG전자가 ATSC3.0을 기반으로 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연해 ATSC3.0 전송 방식이 방송과 인터넷의 융합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자 미래부를 중심으로 ATSC3.0의 발전 상황을 지켜보고 전송 방식을 결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ATSC3.0은 올해 말 표준화를 위한 최종 투표를 진행할 예정으로 아직 표준으로 제정되지 않은 기술이다. 또 최종 투표를 한다고 해도 표준으로 발표되는 것은 2016년이고, 이마저도 빠르게 진행됐을 경우로 현지 전문가들은 2016년 말~2017년 초에나 표준화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용 송수신 장비는 표준화 이후 실제 검증을 완벽히 마쳐야 출시될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가 완료되더라도 최소 2년 뒤에나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2018년~2019년 이후부터나 장비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 같은 예상도 ATSC3.0이 순조롭게 시장에 자리 잡을 경우로 아직 검증되지 못한 시스템을 국내에 들여와 안정화시키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ATSC3.0 기술 발전 추이를 지켜보고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에서 ATSC 전송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한국 등 8개 국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TSC 전송 방식 자체가 DVB-T/DVB-T2는 물론이고 일본식인 ISDB-T를 채택한 국가 수보다 작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2차 주파수소위에서 방통위는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하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하면 방송 주파수의 효율성 활용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추가 주파수 확보가 가능하며, UHD TV 등 디스플레이 산업과 콘텐츠 산업과 같은 연과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UHD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의 의견대로 ATSC3.0의 발전 추이를 지켜보고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한다면 이미 한 발 늦은 출발이 될 것이다. UHD 시장을 선도하기는커녕 UHD 콘텐츠 시장 선점 실패와 한류의 위축, 국내 가전사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외산 콘텐츠 범람으로 문화주권 상실까지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디지털 TV 표준을 놓고서도 몇 년 동안 논쟁만 벌이다가 결국 2004년 미국식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럽식 표준인 DVB-T 전송 방식이 단일주파수망(SFN)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파수 효율이 높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ATSC 전송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후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지만 주파수 효율이 떨어져 여전히 난시청 지역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전송 방식 선정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지만 그래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UH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도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갈 수 있게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