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B-H 프로젝트 어떻게 굴러가고 있나?

DVB-H 프로젝트 어떻게 굴러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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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8일은 방송기술계의 한 획을 그은 날이었다. 4년여 간의 지리한 방송방식 논쟁이 적절한 검토과정을 거쳐 양측의 합리적인 타협으로 종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위원회 위원장 노성대,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 한국방송 사장 정연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신학림은 『디지털TV 전송방식 등에 관한 4인대표 합의서』 를 통해 몇가지 중요한 내용에 대해 합의하였으며, 그 중 아래와 같은 DVB-H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서도 합의하고 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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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지상파DMB 서비스를 실시하고자 하는 현실적 요구와 상용화시기를 고려하되, DVB-H 서비스의 국내 활용과 국내외 시장에서의 산업적 효과, 기술적 검토, 송수신 연구 개발, 실험국 운용, 향후 활용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DVB-H 프로젝트를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고 표준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DVB-H 프로젝트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방송사, 관련 연구소, 단말기 제조업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시민사회단체 등과 공동으로 협의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착수한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지상파DMB 및 DVB-H 등 유럽방식의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의 방송표준은 시청자와 사업자의 혼란을 감안하여 단일표준을 지향하되, DVB-H는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휴대 단말 서비스에 적합한 매체로서 입증될 경우 신규서비스, 지상파재전송 등의 매체성격을 규정하고, 도입 시기, 방송서비스 성격 등 추진방안을 결정한다. 또한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은 사업자 선정과 도입시기, 주파수 배정 등 추진 과정에서 수도권 방송사업자와 지역 방송사업자의 차별이 없도록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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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통부는 사전 의견수렴을 통해 9월 24일, DVB-H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효율적인 실무작업을 위한 기획위원회 산하 기획작업반을 구성․운영하고자 하는 기본계획(안)을 유관 단체를 통해 배포하였다. 골자는 DVB-H에 대한 기술개발과 함께 실험방송환경을 구축․운용하고, 국내외 활용 및 산업적 파급효과 등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위원회의 구성은 몇몇 주변여건과 맞물려 무산되었다. 다만, 실무추진을 위한 기획작업반은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KBS,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하고, MBC, ETRI, IITA, RRL, 삼성전자, LG전자, 연세대 등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형태로 2004년 11월 23일의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시작하였다.

기획작업반에서는 10여차례의 오프라인 모임과 수많은 온라인 의견수렴을 통해 DVB-H에 대한 심층연구를 위한 기획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고, DVB-H 기술 및 상용화와 관련된 워크샵을 2005년 1월 14일 1차, 3월 16일 2차로 연세대학교 공학관에서 개최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DMB로 집중되어있고, 방송사를 비롯하여 이통․가전 등에서는 DMB에서의 RoI가 분명하지 않은 터라 고심하고 있는 와중에 DVB-H 프로젝트라는 유사한 미디어에 대한 연구로 DMB의 런칭 의지를 퇴색시키지 않겠다는 취지로 상당히 조심스레 활동하였다.

또한, ETRI를 통해 1단계 실험방송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현재 ETRI에 구축되고 있는 테스트베드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핵심기술 개발과 수신기 개발지원과 더불어, 기술개발 과정을 통해 DVB-H의 성격을 규정하고 실험방송을 통해 국내 도입에 대한 모든 점검을 하는 것이 목표다. DVB-H는 MPEG-4 Part10 AVC/H.264 압축기술을 활용할 경우 6MHz 1채널에서 1HD + 1SD + 1Mobile을 구현할 수 있다. 추가로 DVB-RCT와 결합하여 지상파를 통한 양방향 서비스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파악되고 있다. 6MHz 대역에서 HD/SD/Mobile을 동시에 서비스하면서 DVB-RCT와의 결합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1차년도에는 LAB TEST를 중심으로, 2차년도에는 최소한 2개 정도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SFN 테스트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테스트베드는 DVB-H에 대한 심층 연구는 물론이고, 국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해외 DVB-H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방송위원회의 4기 디추위는 기술검증과 개발을 위한 1단계 실험방송과 서비스 모델, 시청자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시범 서비스가 포함된 2단계 실험방송으로 구분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 ETRI를 통한 정통부의 1단계 실험방송 결과는 서비스 모델,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성, 시청자 반응, 도입의 필요성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범 서비스가 포함된 2단계 실험방송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DTV 방식논쟁 종식을 위한 해외시찰의 경험에서 얻은 귀중한 선진사례중의 하나가 시범 서비스이다. 방송위에서는 DVB-H와 IPTV에 이러한 시범서비스를 적용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DTV 전송방식 논쟁의 해법의 하나로 제시된 DVB-H 프로젝트는 이렇듯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만만찮은 장애물이 가로막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복잡한 주파수 스펙트럼으로 인한 여유 주파수 부족으로 필드테스트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기획작업반에서는 인구밀집도가 높거나, 고층 건물 등으로 인한 멀티패스 환경이 복잡한 서울 도심이 필드테스트용으로는 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주파수가 없다는 정통부의 의견에 필드테스트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지라도 주파수 확보가 가능한 지역을 선정하여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이는 LAB TEST를 추진하면서 다시 검토하기로 하였다.

정통부에서는 ‘주파수 이용계획 수립 연구반’에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 재배치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인데, 2005년 11월 경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2010년 DTV 전환하는 시점에 현재 사용하는 주파수 일부를 반납한다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원활한 DVB-H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필드테스트용 주파수에 대한 배려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다. 또한, 방송위에서는 4인 대표 합의에 따라 DVB-H에 대한 시범 서비스 및 새로운 성격의 매체로 도입에 대비한 주파수 확보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상파를 이용한 리턴망이라는 획기적인 방송 패러다임의 변화로 주목받고있는 DVB-RCT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에 대한 주파수 확보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DVB-RCT는 6MHz 대역에서도 주파수를 분할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서 지상파를 활용함으로 인해 재난방송이나 TV를 통한 전자정부, T-Government 등으로 큰 빛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있는 기술이다. 이미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프랑스의 르네 지역에서 도심과 시골 환경에서의 필드테스트를 마친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유료방송의 도입에 있어서도 시범서비스의 개념없이 해외 방송방식 답습과정을 거쳐왔다. 그러나, DVB-H 프로젝트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시청자 반응 테스트 등을 포함한 적절한 시범 서비스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상용 서비스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첫 사례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DMB와는 또다른 새로운 매체로 시청자들 앞에 선보이기위해 전국민의 관심을 모아 또한번의 국민적 이벤트로 승화하기를 기대하면서, 앞에서 지적한 작지만 중요한 내용에 대한 개선을 통해 더 좋은 프로젝트로 완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