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이 시작된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전환 지원 대상을 직접수신 가구로 확대 지원하는 <디지털방송 활성화 및 2012년도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위한 정책방안>을 발표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앞둔 현재 과연 ‘예정한 날에 디지털 방송을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느냐’는 우려부터 ‘디지털 전환 과정의 진통이 심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방통위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까지 겹치면서 ‘오로지 국민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디지털 전환 정책이 몇몇 통신사들에게 잇속을 챙겨주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1월 31일 한국방송학회로 주최된 ‘2012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의 시급한 과제’ 세미나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짚어냄과 동시에 700MHz 대역 필수 주파수에 관련된 심도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세미나에는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대표들이 나와 방통위의 디지털 전환 정책을 성토했으며 이 자리에서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애초 디지털 전환 목적은 시청자 복지 증진과 경제 성장의 동인이었지만 지금 남은 건 고화질(HD)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의 안정적인 종료뿐"이라면서 "디지털 전환 수혜자는 삼성, LG 등 가전사들과 디지털 전환으로 남는 주파수를 할당 받을 통신사, 주파수 경매로 수익을 올릴 방통위"라고 꼬집었다. 즉, 디지털 전환이라는 전국민적 사업이 절대명제에 주목하기 보다는 ‘단순한 수단’에 모든 동력을 집중하게 되면서 막상 ‘시청자’를 배제한 체 특정 단체의 사적인 이득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위원장 교체를 계기로 정책 핵심 축을 어디에 둘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신문과 방송 양 쪽에서 균형감각을 잃고 있는 방통위를 질책하는 한편 주파수 해법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이종화 KBS 기술전략국장과 김성근 MBC 디지털기술국장 등 방송사 간부들은 주파수 재배치 문제를 더욱 파고들었다. 이들은 방통위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 특정 통신사에 무조건적인 주파수 할당을 용인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최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40MHz 폭을 통신사에 우선 할당하면서 이를 상․하위 분할한 것은 명백한 꼼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더 나아가 해당 주파수 할당 결정을 2013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상파가 직접수신률 제고를 위해 각 방송사마다 1억 원씩 출자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더 많은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뒤를 이었으며 더불어 디지털 전환 사업이 단순히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것이 아닌’ ‘디지털 방송을 시작해야’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더욱 살려 다채널 서비스의 조기 정착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