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소유 및 겸영 규제 완화를 뼈대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특정사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기획토론회 ‘방통위의 케이블 방송 규제 완화에 따른 문제점과 시청자 권리(공공성) 확보 방안’에 참석한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1팀 팀장은 “이번 개정안은 유료방송시장의 한 축인 IPTV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둔 채, 현재 유료방송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인 MSO 특히 CJ 계열의 몸집 부풀리기를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방통위는 MSO가 전체 PP 수의 1/5을, PP는 전체 SO 구역의 1/3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한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또한 전체 매출 총액의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특정 PP의 매출액 제한도 49%까지로 완화했다.
김 팀장은 이번 개정안으로 케이블의 플랫폼과 콘텐츠의 무제한 수직결합이 시작되면 분명히 MSP(MSO와 MPP가 결합된)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수직결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소유한 MSP가 자사의 PP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개별 PP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실제로 방통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2011)’에 따르면 2010년 8월 CJ의 온미디어 인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거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합병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CJ 계열의 PP가 자기 계열의 SO와 경쟁관계에 있는 SO에 채널 제공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팀장은 “방통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그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배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방통위의 모순적 행동을 비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PP 규제 완화를 놓고 “현재 PP 시장은 CJ 계열과 지상파 계열 그리고 개별 PP로 나눠져 있는데 49%까지로 완화를 하면 한 계열이 전체 시장의 반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과점을 허용하겠다는 의지”라면서 정부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토로했다.
김 팀장 역시 “현 시점에서 본 규정을 통해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MPP는 CJ E&M이 유일하다”면서 “CJ E&M의 독주를 합법적으로 보장하게 되면 광고 매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 콘텐츠의 다양성은커녕 몇몇 인기 있는 콘텐츠만 확대 재생산되는 ‘규모의 경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MSO가 전체 SO가입가구 수의 1/3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규정-이에 따르면 방송구역 제한은 삭제되고 가입가구 수 제한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 수의 1/3 제한으로 변경된다-을 놓고도 비판이 쇄도했다.
김 팀장은 이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크림 스키밍’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크림 스키밍을 방제하기 위해 통신 분야에 적용됐던 것이 바로 통신복지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라면서 유료방송에서도 이러한 기본 서비스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에 사는 누구나 최소한의 기본적인 방송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방통위가 6월 시행을 목표로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수혜 기업 CJ 한 곳으로 집중돼 특정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맞춤형 규제 완화’라는 것이 전문가들 공통된 분석이다. 그리고 CJ의 독과점이 구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